중국대표권 표결이 주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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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새벽 [유엔]총회는 47대 47로 또다시 중공을 그 문전에서 쫓아냈다.
이로써 중공은 15년 동안이나 계쟁 되어온 대표권 문제에서 거듭 고배를 마셨으며 거기 따라 향후 1년, [유엔]은 중공문제로 인해 야기될 심각한 파란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표결의 경위를 쫓아보면 1961년이래 지켜져 오던 3분의2 표결방식이 56대 49로 도습됨으로써 [중요사항]으로서의 국부를 축출한다는 전제의 중국 대표권 문제는 그 표결에 있어 동수를 이루긴 했지만 끝내 예상대로 국부는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합법적 지위를 재확인 받은 자유중국 외교부는 "이 문제가 [유엔]과 세계평화의 장래에 미칠 영향을 회원국 다대수가 인식한 결과"라는 환영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번 표결의 의미를 다시 분석해본다면,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보아 넘길 것이 못된다는 몇 가지 징후를 보여주는 일면이 있다. 물론 중공을 반대하는 전례에 균열이 일게된 것이나 다름없이, 공산권에도 이미 두 개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또 그것은 장차에 있어 더욱 원심적 경향을 띠게 되리라하는 것은 쉽사리 예견된다. 그리고 이번 표결에 찬성했던 국가거나 기권했던 국가들이 일치해서 오직 [유엔]에는 중공만이 발을 붙여야할 것이요, 국부는 일고의 여지도 없이 전 [유엔]기관에서 축출돼야 한다는 태도를 지녔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대표권 문제가 멀지 않은 장래에 일거에 국부에 불리한 방향에서 어떻게 되리라 하는 예측은 전혀 성급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60년대 초만 하더라도 동서 중의 고아 같은 저지위에서 배회하고 있었던 중공이 올해 들어 한층 불리해진 제정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찬반 동수의 표수를 얻게 되었다는 것은 그대로 우리에게 어떤 [실재하는 현실]에 대한 해석의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할 것이다.
더우기 대외적 접점확대의 불꽃을 튀기면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또 [라틴·아메리카]에서 새 세력권 형성에 혈안이 되고 있는 중공 배후에 늘상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북괴의 존재에 상도할 때 중공의 문제는 우리와 엄청나게 소원한 것이 아닐 줄 안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이 중국 대표권 문제 표결의 의미를 간취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먼저 갖추어야할 자세는 우리의 원, 부원에 관계없이 우리의 외곽세계는 부단히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데 일단 눈을 돌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의 소망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정세전개가 가능성에 대응하는 차비를 차려야할 것이라는 말로도 된다.
어떤 불측의 정세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또 그러한 정세를 앞에 놓고 우리의 척도와 어긋난다는 것을 그때야 양언 했다는 건 이미 패배를 자초하는 거다. 물론 우리가 이번 표결에 있어 놀랍게 충격 받은 것은 없지만 그러나 언제까지도 변화의 눈을 감아버릴 수는 또한 없을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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