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협회 키우는 독일이 롤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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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축구가 완성형 승강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스템의 부재’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을 기준으로 프로 1, 2부 리그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까지 네 단계 디비전 시스템을 확보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우려해 승강제의 범위를 프로리그 밖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5000여 개에 이르는 조기축구팀을 비롯해 최대 2만 개에 달하는 미등록 클럽들에 대해선 관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똑같은 고민에 대해 수십 년 전 독일축구협회가 내린 결론은 ‘지방자치제’였다.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독일축구협회가 주도권을 쥐고 큰 틀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하부 리그의 운영은 각 지역 축구협회에 맡겼다. 반면 한국 축구계의 행정력과 돈주머니는 대한축구협회에 쏠려 있고,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대한축구협회는 생색내듯 16개 시·도축구협회 운영비로 한 달에 몇백만원씩을 내려 보낼 뿐이다.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이 뿌리내리려면 시·도축구협회가 튼튼해져야 한다. 지역 클럽들이 활성화되고 권역별 리그가 정착된다면 수백만 명의 축구 동호인이 대한축구협회 등록 선수가 되고, 이들이 내는 회비가 자신들에게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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