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 스시' 日대표 "한국초밥 너무 비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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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로’의 도요사키 겐이치 대표는 “초밥 가격을 내려서 한국에서도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 스시로 한국]

일본 회전초밥 레스토랑인 ‘스시로’ 한국매장에선 참치 배와 등살의 중간인 주도로가 한 점에 2700원이다. 다른 브랜드 레스토랑에선 같은 부위가 5000원이다. 이런 식으로 ‘스시로’의 초밥은 국내 회전초밥 레스토랑보다 30~50% 저렴하게 값을 매긴다.

 일본에서도 한 접시 ‘100엔(1300원) 스시’로 유명한 스시로의 도요사키 겐이치(豊崎 賢一·47) 대표는 “한국 회전초밥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회전초밥은 비싸도 너무 비싸서 일본의 고급 스시 레스토랑인 구르메(gourmet)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4일 서울 관철동의 1호점에서 만난 그는 “구르메 초밥집은 주문을 받으면 하나하나 손으로 말아주는 고급 레스토랑”이라며 “비싼 부위는 한 접시에 800엔(1만원) 정도 하는데, 한국의 체인형 회전초밥집도 비슷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마진을 포기하면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도요사키 대표는 “이렇게 해야 초밥이 ‘국민 음식’이 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사업도 더 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초밥이 특별한 외식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값은 부풀려져 있고, 고객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재료를 최대한 싸게 공급받는다. 여기에는 스시로의 28년 노하우를 이용한다. 스시로는 1984년 개업했고 2010년부터 일본 내 매출 1위를 하고 있는 업체다. 도요사키 대표는 “식자재 대량 구매를 하기 때문에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오래된 거래처가 많으니 좋은 재료를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진출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매장 4개에 1년 매출 35억원으로, 1위 업체(매장 50여 개)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가격 정책도 손봐야 했다. 지난해 말 1호점을 낼 때는 1700·2700원짜리의 두 종류 접시만 있었다. 그런데 올 7월 2200·3600원짜리를 추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값을 인상한 셈이 됐다. 도요사키 대표는 “수산물 값이 세계적으로 올라 원가 비중이 가격의 90%까지 올라간 메뉴도 있었지만 가격을 올린 지 5개월이 됐어도 한국 스시로는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익을 기대하는 대신 앞으로 8년을 ‘투자 기간’으로 잡고 있다. 2020년까지 한국 매장을 80개로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일본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고, 회를 먹기 때문에 초밥 시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며 “당분간 이윤을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고객들처럼 초밥을 일상 끼니로 삼고, 가족 단위 손님이 늘어나면 저가 회전초밥집이 대량판매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한국도 ‘구르메’와 ‘100엔 스시’로 초밥 레스토랑이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스시로를 포함해 갓바·하마·구라와 같은 ‘100엔 스시’ 체인이 총 12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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