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건립 곳곳 난항 … 4·5일장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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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화성시에 사는 이모(38)씨는 최근 조모상(祖母喪)을 당했다. 처음에는 3일장을 생각했으나 4일장으로 치렀다. 제때 화장장을 예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수원의 연화장은 3일 치 예약이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결국 장례 기간을 하루 늘리고 수소문 끝에 인천 부평구에 있는 승화원을 이용해 가까스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이씨는 “일이 닥치고 보니 화장장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계에 다다른 화장장 부족난에 장례문화까지 바뀌고 있다. 빈 화장장을 찾아 먼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사례는 이제 흔해졌다. 장례 기간도 통상 3일장에서 4일장, 5일장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데도 화장장 부족 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장 건립 예정지 주민들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경기도 곳곳에서 “우리 동네는 안 돼”식의 화장장 건립 반대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용인·안산·포천·이천·김포·화성·시흥·연천 등 8개 시·군이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중 개관을 앞둔 용인시를 제외하면 수년째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천시는 후보지 공모를 통해 6개 마을 중 단월 1통을 선정했으나 뒤늦게 주민들이 유치 신청을 철회해 2년간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문제였다. 시 관계자는 “유치 마을에 장례식장과 부대시설 운영권을 주고 5년간 30억원의 주민 숙원사업비를 지원하는 혜택이 주어지지만 인근 마을의 반대 때문에 결국 후보지 선정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상록구 양상동에 추모공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까지 마쳤다. 그러나 인근 월피동, 부곡동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사업에 진척이 없다. 연천군도 청산면 장탄1리로 건립 예정지 선정을 마쳤지만 주민 반대 때문에 이를 취소했다. 시흥시와 화성시는 화장장 건립 방침만 내놓았을 뿐 주민들 눈치를 보느라 규모와 입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해당 시·군들은 화장장 건립이 시급한 처지다. 경기도에 있는 화장장은 수원시 연화장과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 등 2곳뿐이다. 화장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연간 4000~7000여 구는 서울(고양 승화원)·인천·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 화장된다. 원정 화장의 경우 비용도 최대 20배까지 비싼 데다 제때 예약하기가 어려워 장례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요즘 화장시설은 일반 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꾸며지고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와 차이가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건립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해당 시·군이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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