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벤처기업화로 개발 ·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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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본사를 둔 ㈜장생도라지(http://www.doraji.co.kr)는 20년 이상된 도라지를 이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농업벤처기업이다.

보통 도라지는 3~4년이면 수명을 다하지만 이 회사 창업자 이성호(72)씨는 40년 가까운 노력 끝에 이른바 ''옮겨 심기'' 기술로 수십년간 도라지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도라지가 20년 이상 자라면 그 성분이 변해 호흡기 질환 및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제품개발 과정에서 국내와 일본에 특허등록까지 마쳤으며, 1999년엔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분말.농축액.한방차.한방미용품 등 이 회사가 만드는 8종류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32억원.

이 회사 이영춘 사장은 "지난해 2억원이던 일본 수출액을 올해 10억원으로 늘리는 등 매출 4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며 "20년 이상 된 도라지의 생산에 한계가 있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방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대관령(http://www.dkrbio.co.kr)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온 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성공했다.

이 회사 이재달 사장은 송이과 버섯인 ''혼시메지'' 에 자연산 송이의 원균을 접종해 만든 ''산송이'' 라는 브랜드의 인공 송이버섯을 출시했다.

모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맛.향.성분면에서 자연산 송이와 거의 차이가 없으며, 단백질 함량은 오히려 높다는 것이 강원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지난달 하순 경기도 분당의 한 백화점에서 가진 입점행사에서는 ㎏당 2만~3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4시간만에 30㎏가 다 팔렸다.

회사측은 본격적인 양산이 이루어지는 10월 중순부터는 하루 1천㎏를 생산해 월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외국 농산물의 범람과 늘어나는 농가부채 등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의 대안으로 농업벤처가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직후 IT벤처가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열었듯, 농업벤처가 어려운 농촌현실을 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본정(http://www.bonjung.com)은 우리 농산물과 외국 식품을 결합한 경우.

이 회사가 개발한 인삼초콜릿과 매실초콜릿은 유명 백화점과 서울 인사동 등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선물용품이 됐다.

과잉생산 홍역을 앓고 있는 쌀의 고부가가치화 노력도 치열하다.

부산의 ㈜풍년농산(http://www.rpc.co.kr)이 1등급 벼를 섭씨 5~10도의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제품출하 직전 이온수로 가공해 처리해 만든 ''5℃ 이온쌀'' 은 일반 쌀보다 30%나 비싼 데도 할인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20여개 업체가 ''상황버섯쌀'' ''홍국쌀'' ''키토산쌀'' 등 각종 기능성 쌀을 쏟아내고 있다. 농업벤처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농림부가 지원하는 농업벤처펀드 운영자로 선정된 무한기술투자와 현대기술투자는 10월까지 각각 2백억원과 1백억원의 펀드 조성을 끝내고 2003년까지 2백50억원 이상을 50개 안팎의 농업 관련 벤처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농업벤처 관계자들의 모임인 ''농업벤처포럼'' (http://www.vaf21.com)의 민승규 박사(삼성경제연구소)는 "낙후 산업으로 여겨져온 농업은 사실 첨단유망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 라며 "벤처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적극 개발하고 사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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