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쟁선언으로 IT수출 타격 예상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사실상 `개전''(開戰)을 선언하면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17일 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올해를 중동지역 IT수출 원년으로 삼아 시스템통합(SI),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올해에만 15억달러 규모의 실적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같은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다.

정통부는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진출 거점국가로 정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에 정부 차원의 IT홍보사절단을 파견, 우리나라 IT산업 현황과 국가 정보화 추진현황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 진출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이 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의 80%를 의존하고 있는 중동지역의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어 유가가 상승하고 전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원자재 구득난 가중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IT업계의 경기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억달러 규모의 중동 SI시장과 신규시장인 중남미 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던 국내 SI업계는 미국 테러참사의 여파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동지역 SI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걸프 6개국이 추진중인 국방정보화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20억달러) 및 전자여권 프로젝트 등이 조만간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남미지역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에서 수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을 올 연말과 내년에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정통부와 함께 시장개척단에 참여했던 쌍용정보통신은 아랍에미리트가 발주하는 국방정보화사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년말부터 파키스탄의 중앙은행 금융자동화 시스템을 구축중인 현대정보기술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던 LG-EDS와 삼성SDS도 미국의 보복공격 수위와 시기 등으로 인한 발주 시기 연기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도 품목의 하나인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도 미국이 보복전쟁을 시작하면 미국과 중남미로의 수출이 위축되고 대표적 이동전화 단말기 신흥시장으로 점쳐졌던 중동지역 역시 당분간 침체기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작년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물량인 72억8천만달러의 3%를 소화하면서 신흥시장으로 점쳐졌던 중동시장의 경우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현재 중동에는 작년에 삼성전자가 이스라엘에 CDMA 단말기 45만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LG전자 및 현대큐리텔, SK텔레텍이 진출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셋톱박스 수출의 40%를 차지해왔던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면서 셋톱박스 업계도 고심중이다. 아직까지 중동지역 수출선적에는 문제가 없으나 미국의 보복전쟁이 확전될 경우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IT산업지원대책반을 구성, 수출물량 우선선적 등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산하 단체를 총동원해 업계의 수출 진작에 앞장설 방침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의 공격이 확대되지 않으면 이동전화 사용 증가 등으로 마케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IT산업 수출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류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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