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들, 테러리스트 사이트 공격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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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웹 사이트를 공격해야한다."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있어야 한다." 지난 11일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사상 초유의 테러사태가 발생한후 해커들 사이에서도 `보복공격''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해킹 그룹의 경우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온라인 공격에 나서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해커 집단인 레브(Rev)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60명 이상의 컴퓨터 보안 열광자들이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 인터넷 사이트들을 공격하기 위해 연대했다고 주장했다.

레브는 이 성명에서 "우리는 순수히 개인들이 뭉친 집단으로 첨단기술로 무장했으며 가능한한 모든 방법으로 우리의 목표를 무장해제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레브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의 금융 시세 정보 서비스를 마비시켰었다. 레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을 무력화시켰으며 다음 목표는 아프가니스탄의 온라인 매체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컴퓨터 전문가 집단내부에서 비판의 시각이 만만치 않다. 독일의 컴퓨터 애호가 그룹인 케이오스 컴퓨터 클럽(CCC)은 해커들의 무장을 요구하는 레브의 이같은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컴퓨터 전문가들에 이를 무시할 것을 요청했다.

CCC의 진 올리그 대변인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이번 테러사태의 파괴력을 보고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종국에 승리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힘이아니라 긍정적인 힘, 즉 서로 대화를 나누는 힘"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커들의 반응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FBI 산하 국가인프라보호센터(NIPC)는 지난 14일 애국심을 명분으로 내건 해킹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테러사태와 관련이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도 확산되고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 오래된 컴퓨터 바이러스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 이후 `WTC''(세계무역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또한 플러피 버니라는 해커는 한 웹호스팅 회사의 DNS 서버에 침투해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플러피 버니가 지하드로 간다"는 페이지에 연결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NIPC는 "이러한 행위는 불법적이며 최고 5년의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죄"라며 "해커들이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고 오히려 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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