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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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대니 서 지음, 김은령 옮김/디자인하우스, 1만5천원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 '지구 2000'을 열두살 꼬마 시절에 결성했던 청년 대니 서(26)의 생일은 흥미롭게도 4월 22일이다. 세계가 기념하는 '지구의 날'이 바로 그 날 아니던가.

몇해 전 미국의 한 잡지는 이 청년의 생일 자체가 '운명적 암시'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대니 서가 성서 속의 노아보다 더 많은 동물들을 구하게 될 징조다."

그런 찬사가 호들갑스럽지 않게 들리는 대니 서의 환경서적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은 컨셉트가 별나다.

펜실베이니아주 부모님 집의 인터리어를 그가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한 결과를 토대로 만든 매뉴얼을 겸한 보고서다. 따라서 "환경을 보호하는 삶이 편안하고 쾌적한 삶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책의 키워드는 conscious style, 즉 '의식 있는 스타일'이다. 영어책 제목도 'Conscious Style Home'이다. 가구 개조에서 페인트 선정, 내장재 시공, 정원 가꾸기 등 집안 안팎의 모든 일이 환경친화적이면서 동시에 세련된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런 요소는 대니 서 자신이 불과 몇해 전까지와 달리 '부드러운 환경운동' '일상 속의 환경운동'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 환경운동의 열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모피 옷을 입은 여성에게 붉은 색 페인트를 끼얹는 환경운동가를 보며 사람들은 지쳐갔다. 무언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우리의 신념을 어떻게 일상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소파 커버를 유기농 면직물이나 울트라 레더같은 종류로 바꾸는 요령, 베게 속에 거위털 대신 재활용 인조 솜을 채우는 방법 등이 차례로 선보인다.

미국식의 아나바다 운동인 'DRAGS 시스템'도 알려준다. 버리고(dump) 재활용하고(recycle) 보관하고(artifact) 나눠주고(give) 파는(sell) 방식으로 집안을 가득채운 잡동사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은 만듦새가 썩 훌륭하다. 사진 배치 등 편집은 영어 원본보다 더 공을 들인듯하고, 책 자체가 스타일에 넘친다. 최근 그가 자체 제작한 생활용품 브랜드 '대니 서 홈'을 선보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책은 최근 대니 서의 생각을 음미해 볼 만한 텍스트인 셈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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