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딜러, 6000만원 한 대 팔고 버는 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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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수입차 딜러 업체 영업팀장인 박모(40)씨는 최근 이직을 고려 중이다. 박씨가 수입차 영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 9년간 7개 브랜드를 옮겨 다녔다. 가장 길게 다닌 곳은 2년. 석 달만 다니다 퇴사한 곳도 있다. 최근 수입차 영업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보다 브랜드 파워가 더 강한 곳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박씨는 “사실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회사를 옮길 수 있는 만큼 소속감 자체가 크지 않다”며 “나뿐만 아니라 2년 이상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브랜드를 철새처럼 자주 옮겨 다니는 수입차 영업사원이 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근로조건이 나빠지다 보니 이직이 잦아진 것. 철새 영업사원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 딜러 업체들이 영업사원 수를 크게 늘린 것이다. 실제 한 독일차 브랜드의 경우 2002년엔 수도권 지역 영업사원 수가 200명이 채 안 됐지만 최근엔 그 수가 1000명을 훌쩍 넘었다. 개별 영업사원들이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달가울 리 없지만, 딜러 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영업사원이 많아져 더 많이 파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딜러 업체 소속 영업직원들은 대부분 월 80만~150만원 내외의 기본급에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다. 기본급은 업체마다, 같은 업체라도 직원마다 다르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독일계 업체 중 일부는 아예 기본급이 없는 곳도 있다. 박씨는 “업계 용어로 ‘빽차를 타면’(한 대도 팔지 못하면) 100만원 가지고 한 달간 가족과 살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웬만큼 수입을 올리려면 차를 팔아야 한다. 많이 팔수록 인센티브 비율이 올라간다. 보통 한 달에 한 대를 팔면 차 값의 1%를, 2대를 팔면 1.5%, 3대는 1.8%로 올라간다. 60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팔면 이 중 부가세(600만원)를 뺀 5400만원 중 1%(54만원)가 영업사원 몫이 되고, 두 대를 팔면 1.5% 곱하기 2대 가격인 162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차를 팔기는 쉽지 않다. 경력 12년 차인 유모 팀장은 “보통 한 사람당 월 1.5~2대 정도를 파는 것 같다”며 “독일 차의 인기가 좋긴 하지만 영업점 한 곳에 영업사원이 50~60명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영업사원 개개인으로 따지면 월평균 2대를 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입차 관련 동호회가 늘면서 영업사원들이 얼마나 인센티브를 받는지 소비자들이 알게 됐다. 유 팀장은 “차량 최저가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판매수당을 포기하라는 경우도 많다”며 “회사에선 고객감동을 얘기하는데 남는 것도 없이 어찌 감동을 주겠느냐”고 털어놨다.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3000만~4000만원대 차를 팔다가 5000만~6000만원대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3000만~4000만원대 차를 샀던 고객을 접촉해 더 고급차를 사라고 권하는 식이다. 비싼 차를 팔면 인센티브가 많기에, 이런 식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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