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복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윤제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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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정치풍토가 아니며 의원사직이란 의정사상 없었던 엄청난 사태도 있을 수 없었고 또 바로 뒤돌아 서서 원내 복귀하는「쇼」도 없을 일이다. 국민으로부터 수임된 의원직을 사퇴할 만큼 중대한 사태가 무엇이었으며, 이에 대한 야당의원의 결심이 어떠하였던가. 여기에는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었고 야당의원에게는 정치생명이 좌우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국민에게 공약을 했고, 당의 결의를 되풀이해서 다짐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정치인으로서 중대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공약을 위배할 수도 없고, 양심의 자기행위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소위 당의 최고위원·지도위원들의 합동회의라고 하는 반 조각 기구가 전당대회 및 중앙상무위원회의 결의를 자의로 번복하고 의원사직이 잘못된 지도노선이었다는 수정문구로써 원내복귀를 합리화 하러드니 나는 합동회의「멤버」들에게 묻고 싶다. ①그네들의 결의로써 전당대회와 중앙상위 결의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가 ②그대들은 전당대회가 그대들에게 준 당직이 잘못된 것이 아닌 가고 자문해 본 일이 있는가 ③당직을 받을 때 당의 결의로써 설정되었던 지도노선에 대해서는 잘잘못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가 ④잘못된 지도노선이었다고 생각했다면 어찌하여 오늘까지 그대로 이끌려 왔는가 ⑤국민에게 사과한다고 하니 그 사과는 무엇으로 표시하는 것인가 ⑥앞으로 원내에서 일당독주를 막겠다는 허울좋은 공약을 내놓았지만, 설사 그것이 그대들의 충정일지는 몰라도 국민이 충정을 믿어 주겠는가 ⑦국가운명의 좌우하는 한·일 조약의 비준저지에 자패한 우리들이 앞으로 사양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싸워 야당의 성신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늘이라도 의원전원이 총 사퇴한다면 사태는 달라질 것이라고 또 일당독주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결코 원내복귀로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헌정질서가 진정한 의미의 헌정질서가 아님을 말해둔다.(전 민중당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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