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 지원 여부 침묵 “앞으로 지지자들 입장에서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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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공평빌딩 외벽에 지난 9월부터 설치돼 있던 안철수 캠프의 대형 홍보현수막을 28일 새벽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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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8일 칩거 5일 만에 처음으로 공평동 선거캠프 부근에서 캠프 본부장 및 실장급 인사들과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안씨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원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밝혔다.

안씨는 “지지자와 자원봉사자께 큰 마음의 빚을 졌다. 이 빚을 꼭 갚아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는 1시간30분가량의 오찬 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안씨는 그간 지방에 머물며 도와준 사람들을 만나거나 책과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추슬렀다고 한다. 그가 본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영화는 ‘도둑들’과 ‘연가시’였다고 측근들은 소개했다.

 문 후보 측은 안씨가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문 후보와의 만남이 늦춰지는 데 대해선 애를 태우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단일화 과정의 앙금을 없애고 함께 손잡는 모습이 공개되기 전에는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자체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판세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오차범위 열세인 상황에서 자칫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안철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고, 오히려 지지율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불완전하나마 현행 선대위 체제를 끌고 가면서 당분간 안 전 후보 측 입장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안 전 후보가 “정권 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씨 핵심 측근도 이날 “안 전 후보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후보 지원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이르면 30일로 잡혀 있는 안철수 캠프 해단식 직후 또는 주초 별도의 자리에서 이런 입장을 공식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한번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힌 만큼 문 후보 선대위원장 같은 직책은 맡지 않겠지만,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 후보 측에서 문·안 두 사람 간의 조속한 만남을 원하고 있지만, 만남 이후의 불필요한 오해와 새누리당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선 회동 이전에 안 전 후보의 기본 입장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안 전 후보가 먼저 입장을 표명하고, 이어 두 사람이 회동해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정하는 형식이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김정욱·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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