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NGO 이것을 고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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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이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부른 것 중의 하나가 '시민사회' 혹은 '시민운동' 이다. 서구와 같은 시민사회의 역사적 경험이 적기에 우리에겐 우선 용어부터 낯설게 느껴졌다. 그 '낯섦' 이 바로 우리 현실이며, 그 현실을 계몽하여 적극적 복지사회로 나아가게 하려는 이론가들의 유토피아가 맞부닥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신간 『한국의 시민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는 그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 긴장과 갈등의 극복을 모색해온 대표적 소장학자 김호기(연세대 사회학.41) 교수의 짧은 글 모음집이다. 시민사회 이론의 세계적 스타인 하버마스, 기든스 등의 이론을 쉽게 설명하면서 우리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설득력 있게 진단하고 있다.

흔히 '신사회운동' 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흐름은 기존의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구사회운동' 과 대별된다. 소련과 같은 국가사회주의가 몰락한 현실에서부터 출발하는 신사회운동은 분배구조나 소유관계를 개혁하는 물질적 진보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환경.평화.여성.반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 있는 것들의 개선이 목표다.

이른바 '삶의 정치' '생활민주주의' 를 지향하는 신사회운동은 비정부조직(NGO) 이 주도하는 시민권력을 육성하여 정치권력의 강화와 경제적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을 동시에 견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녹색당 등이 힘을 발휘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 사회에선 많은 국민들이 기존의 정당정치를 불신하면서도 그것이 곧 시민운동과 같은 대안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기도 한 저자는 몇몇 간부들의 아이디어와 언론을 통한 여론화에 매달리는 기존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한국적 시민운동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원성과 복합성이 증대해 갈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시장이 독점한 권력을 시민사회로 분산하는 NGO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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