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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우리 인생 후반전은 70부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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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배움엔 끝 없다’고희에 유학 “나는 72세 아닌 27세 동급생”

이병화 전 신라대 총장

이병화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학무지경·學無止境)’고 했다. 이병화(72) 전 신라대 총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다시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온 그다. 그것도 유학생으로. 지난 9월 그는 베이징의 중국 제2외국어대학 중국어과에 입학했다. 중국 내 외국 유학생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아모레퍼시픽에서 15년, 국제정치학 교수로 30년 봉직한 그는 27일 ‘배움’ 앞에 다시 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4년 신라대 총장을 마치고 청주대 객원교수와 세종사이버대 총장을 했어요. 2009년 퇴직하고 서울 여의도 주변에서 역시 퇴직한 지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하나같이 정부에서 ‘한자리’해 보려는 노욕으로 가득 찬 걸 보고 실망했어요. 그래서 난 여생은 중국을 공부해 봉사의 삶을 살기로 했지요.”

 그가 말한 봉사의 대상은 아직도 국적과 민족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조선족이다. 그는 지난해 1년 동안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에서 방문학자로 조선족을 공부했다. 내년 9월까지 중국어를 익히고 지린(吉林)성 옌지(延邊)로 가 한국과 중국을 잘 이해하는 그들에게 미래 한반도 통일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자신감을 키워줄 생각이다.

 중국어 학습은 쉽지 않다. 나이 때문에 암기와 듣기가 동급생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그는 젊게 공부하려고 한다. “첫 수업 때 난 지금부터 (72세 숫자를 바꿔) 27세다. 앞으로 나에게 동학(同學)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답을 않겠다고 선언했지요.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이 때문에 400여 동급생 모두가 그를 할아버지나 총장님이 아닌 ‘리퉁쉐’(李同學)로 부른다. 물론 밥도 잘 사고 인생 상담도 잘해주는 형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 40년 동안 보험계약 2000여 건 보청기·돋보기 안 쓰고 일하죠

79세 설계사 김유수씨

김유수

한화생명 강남지역단 도곡지점의 김유수(79) 보험설계사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달엔 우리 나이로 여든을 맞으며 지점 직원들이 팔순 잔치를 열어주더니, 27일엔 “오래 다녀줘서 고맙다”며 사장이 직접 감사패를 전달한 것이다.

한화생명 차남규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유수 설계사를 포함해 9명의 35년 이상 근속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 설계사는 한화생명의 최고령 설계사다. 꼭 40년 전인 1973년 11월 25일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에 입사했다.

“친한 언니가 2년 동안 ‘같이 일하자’고 설득했어요.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때라 피해왔었는데, 한 번 시작한 뒤론 언니와 의리를 지키려고 성실하게 일했지요.”

 40년 동안 한 번도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았다. 80년대엔 7년 연속 우수 설계사 상을 받을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서울 변두리 집 한 채가 2000만원 안팎이던 때에 월 평균 1000만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자동 이체도 없던 시대라 집집마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방문 수금을 하곤 했다”며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던 일이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지금까지 김씨가 체결한 보험계약은 2000여 건.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3건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때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다. 2005년 겨울 넘어져 다리를 다쳤을 때다. 하지만 입원한 도중에도 계속해 보험 관련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 때문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고객과의 신용을 지키고 싶어 건강 관리를 해 온 덕에 보청기나 돋보기도 쓰지 않는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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