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분야 공적개발원조,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트남의 농림수산업은 전체 노동인구 중 약 30%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등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쌀과 커피, 후추, 수산물 등의 농수산물은 주요 수출품으로서, 전 세계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베트남 지역 특산품에 대해 등록된 지리적 표시제(GI, Geographical Indication)는 70여개로 각 지역별로 개별 관리·운영되고 있어서, 베트남어 및 현지 문양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시장에서는 베트남 농수산물임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고품질의 베트남 지역 농수산물을 해외시장에 홍보하고 보호하기 위한 ‘베트남 국가 GI 개발 및 운영’은 베트남 정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아세안 역내의 주요 협력대상국 중 하나인 베트남 정부의 지원요청에, 우리나라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는 2020년 베트남 전역에서 활용될 국가 GI 로고 개발사업에 착수하였고, 2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 8월 베트남 최초의 국가 GI 로고개발을 완료하였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국가 GI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구체적인 활용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 중에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디자인한 국가 GI 로고가 베트남 농산물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위 47도의 내륙에 위치한 몽골은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11월부터 3월까지의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로 겨울이 매우 혹독한 나라다. 추운 날씨와 척박한 땅으로 인해 겨울철 채소와 과일 재배가 어려워 온실재배를 시도하고 있지만 낮은 기술력으로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18년 한국의 스마트 겨울온실이 몽골 날라이크 지역에 보급된 후, 해당 지역의 겨울철 채소 생산량이 65% 증가하고 농가 소득 또한 470% 이상 증대되었다.

이와 같은 베트남과 몽골의 성과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2010년부터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수행하는 ‘국제 지식재산 나눔사업’의 결과 중 하나이다. ‘지식재산을 활용한 적정기술 개발’과 ‘브랜드 개발’ 사업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은 2021년 기준 적정기술 개발 17개국 34건, 브랜드 개발 16개국 29건에 대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지식재산 나눔사업’은 초창기 기술수준이 낮은 현지 마을의 문제를 적정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 지역 특산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생산된 제품의 브랜드 전략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진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성공사례가 도출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특허정보를 통해 현지 지역특산물인 ‘일랑일랑’과 ‘파촐리’ 오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하였고, 그 결과 소득은 각각 약 110%, 1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특산품인 실크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방직기와 실크제품의 브랜드를 제공하여 해당 지역사회의 소득이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지식재산 나눔사업’은 개도국 현지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동 사업을 계기로 다른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15년 몽골의 염료추출 염색기 개발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A社는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베트남 등 신규시장으로 진출하여 3억원 상당의 염색기 30여대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부터는 ‘국제 지식재산 나눔사업’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업을 통해 신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특허정보를 활용하여 개도국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연구개발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고, 연구개발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특허권으로 권리화 하는 등 지식재산과 연구개발을 연계하는 사업이다.

올해에는 ‘몽골 올란바타르市의 노후된 디젤자동차 매연을 절감하여 대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과 ‘베트남 가축의 질병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등 2개 과제가 추진 중에 있다. 동 사업을 통해 개도국과의 공동연구개발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지식재산과 연구개발을 연계하는 방법론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명진흥회 고준호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며 심화되는 빈곤과 실업, 소득 격차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각 국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득주도형 개발협력지원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허청 산업재산통상협력팀 정대순 과장은 “특허정보를 활용하여 개도국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기술 개발사업은 개도국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ODA 사업이다”면서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선진 5대 지식재산 강국(IP5)의 일원으로서 지식재산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겠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