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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바위 위에 연꽃이 피다
이틀 동안은 선심 쓰듯 날씨가 좋았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 밤부터 폭우를 퍼붓는다. 압정처럼 쏟아지는 빗소리에 밤새 잠을 설친다. 가을 가뭄을 해갈시켜 주는 비라 반가워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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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좀딱취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세곡 운반의 불편함 때문에 운하를 내어 섬이 됐다가 현재는 연륙·연도교가 놓이면서 다시 이름만 섬이 됐다. 내가 안면도를 찾게 된 것은 순전히 꽃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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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작은 꽃 큰 기쁨
하늘은 비어 가는데 그 아래 세상은 색으로 가득하다. 소멸의 계절인 가을에, 피고 지는 꽃들과 숨을 주고받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사람도 가끔은 ‘마음의 광합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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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뚱딱산 키다리 아가씨
‘뚱딱산’에는 축복받은 습지가 있다. 이제는 농사를 짓지 않는 계단식 논이 자연스레 저산습지가 되면서 다양한 식구들을 거느리게 된 곳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그곳을 찾아 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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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쓴풀 가문의 최고 순둥이
전의식 선생님,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쳐가지만 아직 여름이 다 간 것은 아니라는 듯 한낮에는 햇살이 맹렬합니다. 지난해에 놓치고서 올해 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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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흰 얼굴의 섬처녀
한 시간 반쯤 잤을까? 밤새 달려 새벽녘 항구에 도착해 잠시 눈을 붙인 게 그렇다. 첫 배를 타야 좀 더 여유롭게 탐사할 수 있기에 까짓 수면부족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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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금방망이, 서해안의 수수께끼
도깨비의 금방망이가 우리 손에 있었나 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막판 선전은 그야말로 ‘금 나와라 뚝딱’이었다. 야구 선수들은 계속되는 극적인 승부 끝에 자신들의 방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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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해녀의 눈물이 꽃이 되었나
“또 가?” 제주도에 너무 뻔질나게 드나드는 게 아니냐는 어머니의 말씀이다. 당신이 낳았지만 참 특이한 놈이라고 어머니는 이 둘째 아들을 희한해하실 게다. 젊어서 불가피한 사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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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날개하늘나리, 높은 여름산의 귀족
여름은 ‘나리’의 계절이다. 울릉도의 섬말나리를 비롯하여 말나리·참나리·중나리·털중나리·땅나리·하늘나리·하늘말나리 그리고 ‘얼짱나리’라고 불리는 분홍빛의 솔나리까지 숱한 백합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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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조류독감 무풍지대
엠바고(embargo)라는 말이 있다. 일정 시점까지의 보도 금지를 뜻하는 언론 용어다. 그런데 꽃쟁이들 사이에서도 엠바고라는 말이 쓰이는 것을 듣고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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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순박한 시골 아낙네 같은 …
못 보던 꽃을 처음 보러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순채를 보러 가는 길도 그랬다. 순채는 오래된 연못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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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그 향기 ‘샤넬 넘버 4.5’
2005년 7월. TV를 보다가 갑자기 배가 아팠다. 국내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개정향풀이 발견되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 저런 거 한 방 터뜨리나 하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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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참기생꽃
황진이도 울고 간다는 꽃이 있다. 그의 직업을 이름으로 삼고 있는 참기생꽃이다. 미모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지만 이 단어의 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있다.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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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지치 … 숲 속에 감춰둔 비상약
“희한하지? 여태 그렇게 돌아다녔어도 산삼을 못 봤어.” 아는 분의 갑작스러운 산삼 타령에 웃음이 났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다니는 길에까지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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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복주머니난 … 망측한 이름으로 더 익숙한
“아주머니,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OO봉이 나오는 게 맞나요?” “예, 맞는데…… 꽃 사진 찍으러 오셨나 봐?” “예, 이곳에 좀 귀한 꽃이 있다고 해서요.” “무슨 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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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제주 암대극 … 바위틈에 핀 ‘화산섬 귀족’
바다를 건너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보물섬’ 제주에는 그런 것들이 넘쳐난다. 완도항을 떠난 배는 놀러 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 속에 다른 목적으로 섬에 가는 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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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매화마름
“예, 알려주신 곳으로 왔어요. 근데 제 눈에는 통 보이지가 않네요. 여기는 개체수가 많지 않은가 보죠? 예? 물에 쫙 깔린 게 다 그거라고요? 거참 이상하네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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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한계령풀 … 어쩌자고 그 높은 데 피었느냐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중략)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양희은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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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울릉도 섬현호색
날씨가 좋지는 않았다. 물빛도 흐렸다. 묵호항을 떠난 배는 놀이기구처럼 요동쳤다. 많은 승객의 얼굴이 20분 만에 허옇거나 노랗게 변했다. 배 전체가 멀미를 하는 듯했다.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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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얼레지, 양갓집 규수가 바람났어요
흰얼레지봄이 유난히 더디다 싶었는데 연둣빛 산자락이 벌써 진초록으로 바뀌고 있다. 그 바람에 ‘꽃쟁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도 발도 바쁘다. 미치광이풀과 모데미풀이 지난해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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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보춘화, 소박해서 더 곱다
눈 속의 보춘화알릴 ‘보(報)’자 써서 보춘화다. 말 그대로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이다. 춘란(春蘭)이라고도 한다. 남쪽 섬 지방에서는 3월 초순부터 볼 수 있고, 그 밖의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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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동강할미꽃, 세상에서 가장 고운 할머니
“전 이해가 안 가요. 그깟 할미꽃 하나 때문에 댐을 못 만든다는 게! 그리고 할미꽃이면 다 같은 할미꽃이지 동강할미꽃은 또 뭐래요?” 달력의 동강할미꽃을 가리키며 저게 동강댐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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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풍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대륙에서 10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외부의 영향 없이 수백만 년 동안 독자적으로 진화한 그곳의 동식물들은 다윈 진화론의 모태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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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삼촌의꽃따라기] 노루귀, 늘씬한 다리에 어인 털
노루귀와 섬노루귀.노루귀는 이름부터 예쁘다. 하지만 꽃 모양과 이름은 상관이 없다. 솜털 달고 돋아나는 잎이 노루귀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더디게 오는 봄이지만 노루귀는 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