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시(詩)와 사색] 파사드

    파사드 박세미   벽에 문이 그려져 있다 손잡이가 그려져 있다 문을 열려고 하면 문은 열릴 것이다 믿으면서 벽 앞에 섭니다   거울 내부에서 당신이 나를 향해 걸어올 때 뒤돌아보

    중앙선데이

    2023.12.09 00:01

  • [시(詩)와 사색]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중앙선데이

    2023.12.02 00:01

  • [시(詩)와 사색] 수명 누님

    수명 누님 이시영   팔십 넘은 수명 누님이 햇밤 다섯 되를 부친다고 전화를 하셨다 주소를 불러드리는데 ‘동양파라곤아파트’ 대목에서 몇번이나 틀렸다 운조루 주인인 그 누님은 어릴

    중앙선데이

    2023.11.25 00:01

  • [시(詩)와 사색] 대작

    대작 이성선   술잔 마주놓고 서로 건네며 산과 취하여 앉았다가 저물어 그를 껴안고 울다가   품속에서 한 송이 꽃을 꺼내 들고 바라보고 웃느니 바라보고 웃느니. 『절정의 노래』

    중앙선데이

    2023.11.18 00:01

  • [시(詩)와 사색]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이문재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중앙선데이

    2023.11.11 00:01

  • [시(詩)와 사색] 가을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단 하나의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형태의 작품이지만 가을밤처럼 길고 짙은

    중앙선데이

    2023.11.04 00:01

  • [시(詩)와 사색] 오-매 단풍 들것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

    중앙선데이

    2023.10.28 00:01

  • [시(詩)와 사색] 비꽃-적(適) 8

    비꽃-적(適) 8 김신용   물방울도 꽃을 피운다 비꽃이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문득 손등에 떨어졌을 때 거기 맺히는 물의 꽃잎들 무채색 비꽃을 보는 눈은 탄성으로

    중앙선데이

    2023.10.21 00:01

  • [시(詩)와 사색] 불멸

    불멸 장석남   나는 긴 비문(碑文)을 쓰려 해, 읽으면 갈잎 소리 나는 말로 쓰려 해 사나운 눈보라가 읽느라 지쳐 비스듬하도록, 굶어 쓰러져 잠들도록,   긴 행장(行狀)을 남

    중앙선데이

    2023.10.14 00:01

  • [시(詩)와 사색] 사람 숲에서 길을 잃다

    사람 숲에서 길을 잃다 김해자   너무 깊이 들어와 버린 걸까 갈수록 숲은 어둡고 나무와 나무 사이 너무 멀다 동그랗고 야트막한 언덕배기 천지사방 후려치는 바람에 뼛속까지 마르는

    중앙선데이

    2023.10.07 00:01

  • [시(詩)와 사색] 층계참

    층계참 유이우   발자국을 숨 쉬는 계단이다   걸음이 떠나면   언제나 우리의 흐릿한 박자가 남아 있어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우리들은 자기 자신으로 날아가면서 창문을 한

    중앙선데이

    2023.09.23 00:01

  • [시(詩)와 사색] 가을 드들강

    가을 드들강 김태정   울어매 생전의 소원처럼 새가 되었을까 새라도 끼끗한 물가에 사는 물새가   물새가 울음을 떨어뜨리며 날아가자 바람 불고 강물에 잔주름 진다 슬픔은 한 빛으

    중앙선데이

    2023.09.16 00:01

  • [시(詩)와 사색] 그대에게

    그대에게 박두규   강가를 걸으며 산마루에 떠오르는 초저녁달을 봅니다. 이 어두워진 저녁 산모롱이 어디쯤에 아직도 빛을 다 여의지 못한 동자꽃이나 물봉선 같은 꽃들이 남아 있겠지

    중앙선데이

    2023.09.09 00:01

  • [시(詩)와 사색] 밤눈

    밤눈 최인호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

    중앙선데이

    2023.09.02 00:01

  • [시(詩)와 사색] 낮은 곳을 향하여

    낮은 곳을 향하여 정호승   첫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명동성당 높은 종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성당 입구 계단 아래 구걸의 낡은 바구니를 놓고 엎드린 걸인의 어깨

    중앙선데이

    2023.08.26 00:01

  • [시(詩)와 사색] 기억을 버리는 법

    기억을 버리는 법 김혜수   버리자니 좀 그런 것들을   상자 속에 넣어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   가끔 시선이 상자에 닿는다   쳐다보고만 있자니 좀 그런 것들을   더 큰 상자

    중앙선데이

    2023.08.19 05:16

  • [시(詩)와 사색] 고부

    고부 김수열   예순 살짝 넘긴 며느리가 여든 훌쩍 넘긴 시어매한테 어무이, 나, 오도바이 멘허시험 볼라요 허락해주소 하니 그 시어매, 거 무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얼릉 가서

    중앙선데이

    2023.08.12 00:20

  • [시(詩)와 사색] 아름다운 관계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

    중앙선데이

    2023.08.05 00:20

  • [시(詩)와 사색] 별을 보며

    별을 보며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중앙선데이

    2023.07.29 00:20

  • [시(詩)와 사색]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

    중앙선데이

    2023.07.22 00:20

  • [시(詩)와 사색] 별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

    중앙선데이

    2023.07.15 00:20

  • [시(詩)와 사색]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강성은   잠든 사이 붉은 가로등이 켜졌다   붉은 가로등이 켜지는 사이 달에 눈이 내렸다   달에 눈이 내리는 사이 까마귀가 울었다   까마귀가 우는

    중앙선데이

    2023.07.08 00:20

  • [시(詩)와 사색] 나의 가족(家族)

    나의 가족(家族)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 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

    중앙선데이

    2023.07.01 00:20

  • [시(詩)와 사색] 마음의 수수밭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

    중앙선데이

    2023.06.24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