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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해빙과 신춘
문태준 시인 봄이 멀지 않은 듯하다. 우수가 막 지났다.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남아 있던 눈과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르는 때가 되었다. 풀과 나무에도 싹이 틀 때가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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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불볕더위 여름날을 살며
문태준 시인. 아주 짧게 소나기가 내리지만 연일 폭염이다. 소나기가 내린 후에는 대지의 푸석푸석한 얼굴에 잠시 화색이 도는 듯도 하지만 다시 강렬한 햇볕이 내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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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벚꽃과 감꽃은 지는 때가 다르다는 말씀
문태준 시인 하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해가 높이 뜨고 낮이 길어졌다. 날씨도 무더워졌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의 얘기로는 벌써 바위가 뜨거워 암벽을 오르기가 어려워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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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열매의 꿈
문태준 시인 가을에 들어섰지만, 유난히 비가 잦다. 땅이 마르는가 싶으면 또 어느새 비가 다녀간다. 비가 다녀가면 풀은 밤도 잊고 자란다. 그러나 이제는 풀의 기세도 약해진 듯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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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11월 당선작
겨울의 초입, 이달에는 나름의 사유와 성찰에 주력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과도한 힘이 들어가다 보니 자칫 겉도는 관념에 빠질 위험도 그만큼 높아 보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리듬과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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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유종호 대한민국 예술원회장
[사진 최효정 기자]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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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한 저 천년 은행, 얼마나 많은 중생을 보듬었을까
지난 입춘(2월 4일)에 양평 용문사를 찾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경내에 소복이 쌓였다. 나는 용문산 밑자락 덕동이라는 산고랑에서 산다. 가까이 있는 용문산 용문사를 여러 차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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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 (27) 황인숙 → 이진명 시집 『세워진 사람』
“조용하여라, 한낮에 나무들 입 비비는 소리는, 마당가에/ 떨어지는 그 말씀들의 잔기침. 세상은 높아라. 하늘은 눈이/ 시려라. 계단을 내려오는 내 조그만 애인을 똑바로 바라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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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⑧
“돌층계를 만드는 건 시를 짓는 작업” 장석남의 ‘석’이 혹 ‘돌 석(石)’자 아니냐고 농을 걸었다. ‘주석 석(錫)’자라 답하는 시인의 얼굴이 환했다. 돌을 참 좋아하는 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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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시 ⑤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김남극 시집(문학동네)
구르는 것의 슬픔과 구르지 못하는 것의 슬픔 지게를 진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를 물고 뽀로롱 마가리로 사라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피울 수 있는 담배는 장미밖에 없다 챙이 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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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던 나그네들 “주모, 술 한잔 주소”
삼강주막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예천군은 이곳에 보부상·사공숙소 등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예천군 제공] 예천 삼강주막이 복원돼 3~4월께 영업에 들어간다. 예천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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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편지 2'
‘편지 2’ -장무령(1968~) 기억을 맴도는 눈부신 물살의 손금 마당가 부서진 자전거 바퀴살에 녹스는 빈 몸인, 가끔 뜰에 온 편지가 있다 기억은 난해한 ‘흔적’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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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나비의 문장’
‘나비의 문장’- 안도현(1961~) 오전 10시 25분쯤 찾아오는 배추흰나비가 있다 마당가에 마주선 석류나무와 화살나무 사이를 수차례 통과하며 간절하게 무슨 문장을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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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빈집'
'빈집'- 김선우(1970~ ) 불현듯 강바닥으로 내려앉는 빈집 황지였나 사북이었나 고분처럼 폐석더미 쌓인 마당 발가벗은 아이 혼자 놀고 있었다 무엇이 고팠던 걸까 어린 성기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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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나비의 문장'
'나비의 문장'- 안도현(1961~ ) 오전 10시 25분쯤 찾아오는 배추흰나비가 있다 마당가에 마주선 석류나무와 화살나무 사이를 수차례 통과하며 간절하게 무슨 문장을 쓰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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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레저] 가을이 호수에 몸을 던졌다
가을이 다 갔다. 어 하는 새 땅끝까지 달려가 파란 바다에 붉은 몸을 섞고 있다. 그런데 그 가을, 아주 가지 않았다. 한 자락이 지금 '내륙의 바다' 충주호에 남았다. 남으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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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토론] 방황하는 청소년 인권을 되찾자
얼마전 선생님께서 이리 와보라고 하시는 말씀에 '왜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별반 다른 생각 없이 부르신 이유가 궁금했을 뿐인데 선생님께서는 나를 나무라시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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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초대시조
만붕당(萬朋堂) - 김영수 덤프 트럭 여섯 대분 흙으로 메운 텃밭 빈 풀장 허전한 뜰에 벗들을 품고 살자고 친구가 일필을 놓고 나는 각(刻)을 뜬다 벗을 그리는 마음이 안으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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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상가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1962~ ) '상가에 모인 구두들' 부분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 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중략) 돼지고기 삶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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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첫눈'
박용래(1925~80) '첫눈' 전문 눈이 온다 눈이 온다 담 너머 두세두세 마당가 마당개 담 너머로 컹컹 도깨비 가는지 (한숨만 참자) 낮도깨비 가는지 불볕 더위지기로 첫눈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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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위대한 식사'
이재무(1958~ ) '위대한 식사' 전문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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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초대시조
수국 -조병기- 누님은 올해 나이 몇이나 될라는가 난초꽃 거느리고 청람빛 곱던 얼굴 벙그시 뜨락에 내려 낮달 하나 품었으리 봉숭아꽃 채송화 줄줄이 피었다 지고 울타리 기대서서 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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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아침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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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기행문집 펴내
판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연합뉴스 전성옥(全成鈺·44·전북 취재팀)기자가 판소리 기행문집인 『판소리기행』(마당刊)을 펴냈다. '판소리 답사'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에 60회 연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