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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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붕당(萬朋堂) - 김영수

덤프 트럭 여섯 대분 흙으로 메운 텃밭

빈 풀장 허전한 뜰에 벗들을 품고 살자고

친구가 일필을 놓고 나는 각(刻)을 뜬다

벗을 그리는 마음이 안으로 만근이라면

여섯 대 덤프 트럭 흙을 밀어 올리는

간절한 저 새싹들의 근력은 몇 만근인가

풋고추 쑥갓 상추 햇빛 환한 새소리

땅내를 껴안고 사는 내 생(生)의 뒤뜰에

옥수수 스치는 바람, 길손도 쉬어 가리.

◆시작 노트=이역 땅에서 열 일곱 해만에 가져보는 첫집! 저무는 나이에도 이 '첫'자가 주는 설렘이 묘하기만 하다. 비록 낡은 집이지만 한 채의 퇴고를 거의 내 손으로 하고 있다. 바가지 물을 마시며 '옥수수 스치는 바람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래! 채마밭에 풋고추.상추.토마토.수박도 심고, 마당가에 원두막도 짓고, 해질녘에 등물도 하고 참외 수박이라도 시원하게 띄워 놓자. 반딧불이 같은 이웃이 밤마실 오지 않겠는가. 달을 보니 옛 친구들이 더욱 그립다.

◆약력=▶1947년 경북 김해 출생 ▶1979년 시조문학 천료 ▶동백문학 본상, 시조월드 대상 수상. ▶시조집 '인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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