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이 홍역치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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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최근 불거진 반미감정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영화 '007 어나더 데이'(사진)였다.

통일연대 등 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이 007영화 안 보기 캠페인을 벌여, 일부 극장은 관객이 없어 개봉한 지 나흘 만에 상영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개봉 9일 만에 46만명을 동원(흥행순위 5위)했지만 그간 상영된 007시리즈 인기에 비하면 크게 미흡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통일연대 측 관계자는 "한국을 비하하고 남북한 대결의식을 조장하는 등 영화 내용의 부당성 때문에 007 영화 안 보기 운동을 벌이는 것뿐"이라며 "미국의 모든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미국계 기업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나이키 등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불편한 심기가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최근 반미 감정이 예전과 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똥이 전면적인 미국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해 겨울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심판 판정 논란 때나, F15 전투기 구매 때와 같은 무조건적인 반미감정과는 크게 다르다는 판단이다.

나이키 관계자는 "이번에 불거진 반미는 감정이 아닌 이성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비판으로 보인다"며 "미국업체로서 체감하는 피해 정도가 이전 상황 때보다는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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