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공장 추진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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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업계의 침체 속에서도 올 1~7월 미 수출을 지난해보다 33% 늘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가 2005년 현지공장 설립으로 자동차 본토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현지 공장은 통상 압력을 돌파하고 2005년 세계 5위 메이커가 된다는 현대차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현지공장 가동과 함께 재빨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면밀히 짜야 하는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 바쁘게 움직이는 프로젝트팀=현대차는 미 현지 공장 설립을 'V 프로젝트' 로 명명하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태스크 포스팀을 가동하고 있다.

미 현지 부품단가를 받아보기 위한 팀이 7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 파견됐으며 생산 기술팀은 공장 입지 후보지를 돌아보고 왔다.

현대차는 공장을 유치하려는 각 주정부 사이에 최대한 경합을 붙여 입지를 선정한다는 생각이다.

◇ 현지공장 검토 배경=현대차는 파상적으로 이뤄지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관련, 미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우리 정부가 차 수입관세를 현행 8%에서 2.5% 등으로 내려주면 일본 자동차가 한국시장을 장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관세 인하 등을 받아들일 바에야 현지 공장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현지 공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나 대당 판매가격이 크게 높아져 1995년 캐나다 퀘벡주 브로몽 공장(쏘나타 생산)의 문을 닫을 때와는 현대차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또 2005년부터 미주 자유무역지대가 시행될 경우 현지 공장으로 남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환율과 부품값이 문제=현대차는 현재의 환율(달러당 1천2백원대)로는 공장건설 비용이 커지는 데다 현지에서 부품을 살 경우 한국에서보다 생산원가가 그만큼 더 높아져 현지진출 메리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 업체의 부품값이 한국보다 비싼 데다 남부 지역으로의 수송 비용 때문에 현지 제조원가가 한국에서 생산하는 경우에 비해 높아지는 게 문제" 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경우는 환율이 달러당 2백50~3백엔으로 엔고가 분명한 시점에서 미국 공장을 세웠으며 당시의 대미 수출 대수는 80만~1백만대였다" 고 설명했다.

◇ 돌파 전략=현대차는 국내 부품업체들을 가능한 한 많이 끌고 나가고, 구매선도 다양화하는 등 원가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국내 유력 부품업체들도 현대차로부터 이같은 계획을 전달받고 동반 진출을 생각 중이다. 현대차는 또 캐나다 브로몽 공장이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폐쇄된 악몽을 떠올리며 현지 공장 착공 결정 이전에 이를 확실히 관리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다지고 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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