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 27% "아메리칸 드림 꿈꾼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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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한인 주부 안모씨는 평소 "아들이 커서 목사가 됐으면"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안씨는 일요일이면 어김 없이 가족을 이끌고 교회로 향한다. 또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하나뿐인 아들 교육에서도 항상 하느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는다.

워싱턴DC에서 멀지 않은 버지니아의 한 소도시에 사는 김모씨는 미국을 '꿈의 나라'라고 여기고 있다. 딸과 아들을 둔 그는 자녀의 명문대학 진학이 자녀 양육의 가장 큰 목표이다. 교육을 잘 받으면 딸과 아들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같은 미국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자녀 교육을 필두로 한 각 가정의 문화는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제 각각이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마치 혈액형처럼 자녀양육을 중심으로 한 미국가정의 문화는 대략 4가지 타입으로 분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 대학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실시한 '미국 가정문화 조사'는 85만 달러의 조사연구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오늘날 미국 가정의 모습을 문화적 측면에서 조명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각 가정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혹은 어떤 유형의 속성을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자녀를 둔 3000여 미국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4가지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신앙 중심 가정=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등 종교적 신념을 일상생활에서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가정은 대략 20%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정에서 잘잘못과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법보다는 종교적 가르침이다. 이들은 자녀의 행복이나 직업적 성취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신의 말씀에 맞춰 자녀를 양육하는 경향을 보인다.

▶진보파 가정=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자녀 양육에서도 가장 중시하는 가정이다.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며 정직 등 일반적인 사회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며 자녀의 미래와 오늘날 미국 사회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미국 가정의 약 21%가 이런 유형으로 다른 유형의 가정들보다 자녀에게 자유를 많이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이런 가정의 자녀들은 평균적으로 만 14세 때 성과 출산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접한다. 또 15세에는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만 16세에는 R 등급 영화도 자유롭게 본다.

▶무관심 가정=네 가지 유형의 가정 가운데 비율이 19%로 가장 낮은 편이지만 미국 전체 가정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으로 따지면 적다고 할 수 없는 유형이다. 저소득층의 백인 가정이 무관심 가정의 주축을 이룬다. 이들 가정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현실은 물론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자녀를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 편이며 스스로를 패자로 간주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자녀의 학교 숙제나 성적에도 별 관심이 없다. 저녁 가족 식사 때도 종종 TV를 보며 식구들 간에는 얘기가 없는 편이다.

▶아메리칸 드림 가정=미국 가정의 27%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가정으로 나타났다. 네 가지 유형의 가정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다. 출세 중심의 인생관을 자녀에게 불어넣는 경향이 있다. 종교 도덕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기 보다는 개개 가정과 자녀들의 성공이 양육과 교육의 최종 목표이다. 아메리칸 드림 가정의 약 절반은 라틴계와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과 부모의 친밀도가 네 가지 유형의 가정 가운데 최고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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