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노조들 "불경기에 회사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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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중인 고려산업개발은 3일 오전 '회사살리기 임직원 결의대회' 를 열어 올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 3백%를 반납키로 했다.

대우전자 노조는 올 봄부터 다른 회사 노조를 찾아다니며 명절.행사 선물로 대우 제품을 써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매주 노조원이 돌아가며 가전 양판점의 일일 판촉사원으로도 뛴다. 이 회사는 최근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목표로 무교섭 임금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병균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살 때 고용도 보장되는 것" 이라며 "노조가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 고 밝혔다.

불황을 맞아 노조가 '회사 살리기' 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1~7월 노조가 임.단협의 전권을 회사에 위임하거나 무분규.무쟁의를 선언한 사업장수(1천5백36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로 늘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항구적인 무분규 선언, 2~3년의 노사평화기간 설정, 노조의 자사 제품 판매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며 "총파업(6월)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노사분규 건수는 9%, 일수는 57%가 주는 등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업 노조는 외부 설득에까지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 노조는 지난달 채권단에 e-메일 호소문을 보냈고, 현대석유화학 노조는 채권단이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구조조정동의서를 요구하자 '동의서를 내면 일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 며 반발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한 뒤 동의서를 제출했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난 기업들을 중심으로 노조의 회사살리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며 "회사측도 차제에 모든 회사 사정을 공개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투명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민병관.이현상.김준현 기자 minb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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