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위기의 생보사들 구조조정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생명보험 업계는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삼성생명의 경영상태를 점검한 미국의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이같이 진단했다.

고금리 확정상품을 많이 갖고 있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역마진(보험료에 지급하는 이자보다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수익이 적은 현상)에 시달리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인 판매조직을 운용하고 있어 효율적인 외국계 생보사와 농협.우체국 유사보험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점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같은 진단을 받은 삼성생명은 3일 인력을 10% 이상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생보업계에서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섬에 따라 다른 생보사들도 바빠질 전망이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3월 7천9백개였던 영업소를 6천3백90개(올 6월말)로 줄이면서 보험설계사도 1만명 감원했고(21만4천명→20만4천명), 올 들어 역마진을 이겨내기 위해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을 두차례 인하(보험료 인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 사내방송을 통한 월례조례에서 구조조정안을 밝혔다.

연말까지 ▶희망퇴직 4백명▶본부 직원 1백명을 설계사(LT)로 전출▶별도법인인 대리점으로 2백50명 전출▶그룹 관계사로 3백명 전출 등을 통해 본사 임직원 1천50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1백개 지점 중 10여개를 통폐합하고 영업소 1천4백20개 중 90여개를 축소할 계획이다. 콜센터와 채권관리센터도 연말까지 분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본부 인원 1백여명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삼성생명은 설명했다. 전산부문을 분사시킬지는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설계사에 대해서는 자연 감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최대 20%까지 줄이면서 대신 남성 설계사 조직을 강화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裵사장은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컨설팅 결과 (7개 생보사가 파산한)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구조조정이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상시구조조정 체제' 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운용과 상품구조를 개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생보사 임원은 "삼성생명의 구조조정안은 현재 상황과 미래 영업 전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며 "업계 선두주자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나머지 생보사들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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