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열풍 전문가견해] 황상민 연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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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열풍이란다. 몇백원의 푼돈에서 수십만원까지 들인다. 철없다는 아이들만의 일이 아니라 어른들도 자기 아바타를 만들고 보여주는 재미에 동참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나타내지 않으면 불안하기에 '튀어보고 싶은 심리' 일까□ 아니면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자신을 찾을 수 없는 '허전한 마음' 때문일까□ 잊혀졌던 종이 인형놀이가 사이버 공간의 아바타로 환생한 것도 분명 디지털 시대의 엽기다.

아바타에는 자기 창조와 환생의 심리가 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만 보았던 인간이 현실의 한계를 넘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주어진 모습과 역할을 운명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은 고정된 현실로부터의 탈출이자 자기를 찾는 기쁨이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를 없애고 싶은 욕구의 충족이다. 나를 넘어서는 나를 경험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면서 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너도 나도 또다른 자기를 꾸미는 데 몰두하게 된다. 이것을 쓸데없는 장난이나 맹목적인 과열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실제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나' 라도 새로 만들고 꾸밀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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