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도’ ‘경쟁력’ 여론조사 모두 결함 … 보완책은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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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양측은 20일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서로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던져 놓고 맞붙었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 적합도 조사’를 , 안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가상대결 조사’를 들고나왔다.

 안 후보 측이 요구한 방식은 ‘박근혜 대 문재인’ ‘박근혜 대 안철수’ 간의 가상대결에서 지지율이 높은 쪽으로 단일화하는 방법이다. 지난 16~17일 본지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선 ‘박근혜 46.2% 대 안철수 48.4%’ ‘박근혜 50.2% 대 문재인 45.3%’였다. 반면에 문·안 후보를 함께 묻는 단일후보 대결에선 박 후보 지지층을 뺀 나머지 응답자에서 ‘문재인 47.8% 대 안철수 46.0%’로 문 후보가 앞섰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도 본지 조사와 추세가 비슷하다. 두 후보 측이 제시한 방식엔 모두 결함이 있다. 우선 안 후보 측이 제시한 방식대로 했을 때 박 후보와 두 후보의 대결 시 격차가 똑같을 경우다. 예컨대 ‘박근혜 47% 대 문재인 49%’ ‘박근혜 48% 대 안철수 50%’처럼 나오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조사에선 문 후보가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승리하는 사례도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순 없다. 문 후보 선대위의 인사는 “만약 두 후보 모두 박근혜 후보에게 지는 결과가 나오면 덜 지는 분이 단일후보가 됐다고 알리자는 얘기냐”고 반박했다.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대상으로 ‘새누리당 지지층’의 배제를 제안했다. 이에 안 후보 측이 발끈했다. 본지 여론조사(1500명 대상)에선 새누리당 지지자(515명) 중 86.5%가 박 후보를 지지했지만 안 후보 지지자도 6.8%가 있었다. 문 후보 지지자는 가장 적은 1.7%였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하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식이면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 손해인 셈이다.

 문제는 여론조사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건 ‘오차범위 대통령 후보’, 나아가 ‘오차범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는 전체 모집단에서 소수의 샘플을 뽑아 모집단의 의견이라고 판정을 내리다 보니 언제나 오차가 생긴다. 따라서 오차범위가 ±2.5%포인트라면 최소 5%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한 쪽이 이겼다는 과학적 근거가 생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두 후보의 지지율 로 봤을 때 오차범위 내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그간의 오차범위 내 결과는 의미 없다는 여론조사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 때문에 여론조사를 보완하기 위한 ‘+α’를 논의했지만 20일 밤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 후보 측의 제안으로 협상장에서 한때 거론됐다 중단된 공론조사가 그렇다. 공론조사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TV토론(21일) 하루 전에는 평가를 주관할 여론조사기관을 정하고, 이들이 평가할 사람을 선출해 공론조사 패널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강인식 기자

◆적합도 여론조사, 경쟁력 조사=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는 대체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경쟁력 조사는 보통 ‘둘 중 누구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후보의 경쟁력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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