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겠다는 문재인·안철수, 아슬아슬한 난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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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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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모두 ‘지지층이 하나 되는 단일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 룰 협상 중단 국면에서 정면충돌했던 두 후보는 21일 TV토론을 앞두고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우선 문 후보가 20일 안 후보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지금까진 ‘양보하는 형님’ 같았으나 이날은 ‘아우를 나무라는 형님’의 모습이었다. 그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후보들 가운데 누가 과연 서민의 삶을 살아왔나. 두 분 후보님(박근혜·안철수)은 서민의 삶을 살아 본 적 없고, 평생 동안 1% 세계에 속해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국가에 대한 진정성을 그대로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다. 단일화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은 것에 대해서도 “누가 봐도 안 후보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타결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일화 협의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안 후보 쪽이 약속을 깨고 사전에 알렸다.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알리는 방식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전 대표의 퇴진 문제를 거론하며 안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안 후보 측이) 민주통합당의 인적 쇄신을 새정치공동선언의 조건으로 ‘이박(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해 왔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에도 그분들이 크게 결단하고 희생했더니 ‘우리가 (그런)요구했던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이제는 양쪽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더 착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협상장에선 누가 더 유리한 방식을 따낼 것인가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어느 것이 객관적이고 두 후보가 승복할 수 있는 방안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뼈있는 말’을 군데군데 담았다. 그는 “저는 방패도 갑옷도 없이 화살을 헤쳐가고 있다”며 “거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을 ‘골리앗’에 빗댄 것이다. 그는 문 후보와 비교했을 때의 강점으로 “수평적 리더십으로 문제를 풀어왔고 정치적 빚이 없어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뒤집으면 문 후보는 노무현계에 빚진 게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단일화의 목적은 ‘시너지 효과’(통합 상승효과)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할 때 한 말도 “1 더하기 1을 3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후보들까지 직접 나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연 ‘1+1=3’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단일화 협상 중단 이후 두 후보 측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서로 관계가 불편해지는 걸 감수하고 출혈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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