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기관총 반입 잘못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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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연결할 도로와 철도의 역사적 개통 작업이 남북 간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남북이 '경의선.동해선 임시 통행.안전보장 합의서'(가칭)를 만들기 위한 협의에서 엉뚱한 장애물을 만나 뒤뚱거리고 있다. 철도.도로가 지나는 남북 관리구역이 비무장지대(DMZ)의 일부인가, 정전협정의 관할대상인가에 대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간의 이견 때문이다.

유엔사는 남북 관리구역은 DMZ의 일부로 정전협정의 관할하에 있다는 데 반해 북한은 그 구역은 DMZ에서 개방된 지역이므로 유엔사의 개입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리언 러포트 유엔군사령관은 그제 북한의 이 같은 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 남북 간 합의서 협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엔사와 북한은 2000년 11월 경의선 합의서에서 남북 관리구역을 설정하고 관리구역 내의 군사적 문제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군대 간에 협의 처리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유엔사는 한국에 구역 내의 행정적 관리권을 넘겼지만 관리구역이 DMZ의 일부로 정전협정하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남북 관리구역에서의 모든 문제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 처리한다"는 남북군사보장합의서(2002년 9월 체결)를 근거로 관리구역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권을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면서 정전협정과 군사보장합의서에 위반되는 공용화기(기관총)를 여섯차례나 반입했다는 점이다. 관리구역이 북측 주장대로 설령 정전협정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공용화기의 반입은 남북 합의사항의 위반행위다. 북한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유엔사의 권능을 무시하면서 한.미 간 틈새를 벌리려는 의도도 엿보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단호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지엽적 문제에 매달려 남북 통행을 지연시키는 사태를 조성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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