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엔 박주영이 해결사였다 … 이번에는 문창진이 해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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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19 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AFC U-19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은 AFC U-19 챔피언십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라스 알카이마(UAE)신화=연합뉴스]
문창진이 지난 11일 이란과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UAE 신화=연합뉴스]

8년 전 박주영(27·셀타 비고)이 있었다면, 2012년에는 문창진(19·포항)이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대표팀이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004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6골을 터뜨린 박주영을 앞세워 우승한 뒤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번 대회의 영웅은 문창진이었다. 그는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던 팀을 살렸다. 한국은 전반 35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기 직전인 후반 48분 이라크 수비수가 걷어낸 공이 문창진 앞으로 흘렀다. 그는 침착하게 수비 한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 4경기 연속 골이었다. 문창진은 4골·2도움을 기록하며 등번호 10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년 전 10번을 달고 뛰었던 박주영에 버금가는 활약이었다.

 박주영과 문창진은 ‘포항 스틸러스’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대구 청구고에 다니던 박주영은 포항에서 브라질 유학을 보내줘 기술 축구를 익혔다. 문창진은 광양제철남초를 다니던 시절 독일 유학을 다녀왔다. 베르더 브레멘과 도르트문트에서 독일 축구를 익혔고, 이후 포철중과 포철공고를 거치며 포항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둘 다 발재간이 뛰어나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중국전 득점이다. 박주영은 2004년 대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4명의 수비를 따돌리고 결승골을 넣었다. 문창진도 이번 대회 조별리그 중국과 3차전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골을 뽑아내 한국을 8강에 올려놨다. 둘의 골 장면은 묘하게 닮았다.

 그러나 문창진은 박주영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다. 박주영이 최전방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한 방을 놓치지 않는 ‘킬러’라면 문창진은 스스로 해결도 하지만 기회를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1m70㎝로 큰 키는 아니지만 왼발을 잘 쓰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러패스가 예리하다. 롤 모델이라고 꼽은 스페인의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26·맨체스터시티)와 체격과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하다. 스스로 골을 터뜨리고, 동료의 골도 만들어줄 줄 아는 ‘2012년형 골잡이’가 탄생한 것이다.

 문창진은 “8년 전 박주영 선배처럼 꼭 우승하고 싶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장했고 자신감도 붙었다. 하루빨리 K-리그에 적응해 팬들에게 좋은 장면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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