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의 소년 가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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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MLB) LA다저스 입단 협상을 앞둔 류현진은 한화 시절 '소년가장'이라 불렸다. 최하위에 머무는 팀을 혼자 이끌어 붙은 별명이다. 류현진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23)에게 비운의 별명을 인계해도 될 것 같다.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12라운드를 현장 관전했다. 구자철은 마치 류현진이 하위팀 에이스로서 겪은 빈약한 타선지원, 수비불안 등의 불운과 손해를 그대로 절감하고 있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에이스 구자철은 이날 양쪽 날개를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0-2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시즌 마수걸이골도 터트렸다. 하지만 팀 동료들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구자철의 플레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 선수가 혹시 한 두명 퇴장당했는지 세어볼 정도였다.

특히 더블 볼란치 케빈 포그트와 안드레아스 오틀은 최악이었다. 공격 전개는커녕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5만1500석을 가득 채운 프랑크푸르트 팬들의 함성에 실수를 연발했다.

프랑크푸르트 이누이 다카시(일본)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가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아우크스부르크 진영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4로 패해 18팀 중 최하위(1승3무8패)에 머물렀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구자철 에이전트 최월규 월스포츠 대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임대 복귀한 호소가이 하지메(일본)가 그립다. 호소가이처럼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쓸어주고 뿌려줄 선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FSV 프랑크푸르트에서 활약 중인 윤주태도 "자철이형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구자철 역시 시즌 초반 발목 부상으로 두달 가량 재활한 뒤 이날 시즌 1호골을 터트렸지만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구자철은 500여명의 아우크스부르크 원정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지만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구자철에게 힘이 되어줄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 보강을 절감한 경기였다. 강등 0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는 겨울이적시장이 내년 1월 열리지만 벌써부터 선수 보강 작업에 착수했다.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의 단기 임대, 한국영(쇼난 벨마레) 이적을 추진 중이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의 경질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프랑크푸르트(독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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