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의 대모 주숙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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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아 보겠다는 몸부림을 '왜 사서 고생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며 흘겨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 안타깝습니다. "

28일로 창립 1주년을 맞는 '광주 우리이웃 자립생활센터' 의 대표 주숙자 (周淑子.42) 씨는 중증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당연한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자신도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에 보조기를 끼고 산다. 또 장애인 직업 (양장) 재활 교사로 일한 적이 있어 장애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1987년 결혼 후 가정을 꾸리던 周씨는 99년 11월부터 장애인 관련 기관단체와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장애가 심한 사람들도 세상 속에 섞여 사는 게 좋고 그런 여건을 지역사회가 만들어 줘야 한다" 고.

대부분 외면했지만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광주시 오치동 한우리아파트의 자기 집에 센터를 개설, 시설 수용 장애인 등을 상담하고 도우면서 모금을 계속했다. 그리고 일본 장애인단체의 지원금을 보태 지난달 초 자기 집과 같은 통로의 20평형 아파트에 어렵사리 '자립생활 체험 홈' 을 장만했다.

이곳에서는 전신마비의 마동훈 (32) 씨 등 중증 장애인 3명이 朱씨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최소한만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馬씨는 "20년 동안의 시설생활을 벗어나 주민의 한 사람이 됐다는 게 기쁘다" 며 "영구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독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혼자는 거동조차 힘든 장애인들이 세상에 나와 살자면 시설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독지가들의 물질적 후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자립생활 체험 홈 식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편한 다리로 자립생활 체험 홈과 자신의 아파트를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며 두 집 살림을 하는 周씨는 "자원봉사는 한달에 한 시간씩만 와 도와줘도 좋고, 중고 가전제품.가구나 쓰다 남은 생활용품도 환영한다" 고 말했다. 후원.자원봉사 문의 062-264-3157.

광주 = 이해석 기자<l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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