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 오피스텔 연말까지 1만가구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모델하우스 앞에 장사진(長蛇陣)이 생겼다.

강남구 논현동에 짓는 '대우디오빌' 오피스텔을 청약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다.

많은 사람들이 장마철이었던 당시 며칠간의 폭우속에서도 청약을 위해 노숙을 마다 않았다. 이 가운데는 3박4일 '줄서기 아르바이트' 에 1백여만원을 받고 줄을 선 학생들이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선착순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4시간만에 1백95실이 모두 팔렸다.

최근 일고 있는 투자용 임대상품 열기의 한 단면이다. 저금리체제가 굳어지면서 갈 곳 없는 여윳돈이 재건축대상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싼 금리로 중도금을 분양가의 50% 이상 빌릴 수 있고 세를 놔 벌어들이는 수입이 은행 예금이자의 두 배 이상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인기에 낱개를 단 이들 '도시형 신개념주택' 은 주거형태의 다양화도 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소형평형은 전통적인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 뿐 아니라 일산.분당 등 외곽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끌며 인기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 하반기에도 공급 봇물=연말까지 서울.분당에서 주상복합아파트 4천50여가구가 쏟아진다. 휴가철이 끝나는 8월말부터 잠실.여의도.천호동.마포 등 10개 현장이 예정돼 있다.

이는 상반기 분당 백궁역 일대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여의도 금호리첸시아.트럼프월드,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등 굵직한 사업지가 휩쓸고 간 뒤 추가로 나오는 대규모 물량이어서 시장에서 얼마나 소화될 지는 미지수다.

이를 고려한 듯 하반기 나오는 주상복합은 대부분 평균 분양가를 평당 5백만~1천만원선으로 낮게 책정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 분양평형을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중소형으로 맞췄기 때문에 30평형대 이하가 전체의 60%(2천4백60여가구)에 이른다.

분양일정도 대부분 10월말까지로 앞당겼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하자 조금이라도 불안심리가 덜할 때 물량을 털어내자는 의도에서다.

오피스텔은 더 많이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내외주건이 조사한 '하반기 소형 오피스텔 분양계획' 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에서만 6천2백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지금 분양 중인 것을 포함하면 1만실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25%로 가장 많으며 송파구.서초구.마포구 등에 많이 분포돼 있다.

하반기 중 나올 상품 가운데 송파구 잠실에 들어설 갤러리아팰리스가 눈에 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대형.고급으로 분양되고 10월께 10평형대 중심의 소형오피스텔 7백20실이 쏟아질 예정이다. 분양가가 평당 6백만원으로 예상되는 데 입지가 좋아 투자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 과잉되지 않을까=이런 가운데 공급과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가 낮아 임대수익상품에 대한 투자여건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한꺼번에 대량 '출하' 돼 입주시점에는 수요자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요즘에 짓거나 분양하는 이들 상품은 대부분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입주한다. 이럴 경우 동시입주로 기대이익을 확보하기 어렵고 입지여건이나 유동성의 차이가 상품별로 심화돼 일부지역에서는 빈집이 생길 것으로 점쳐진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공급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상품이 외면받지는 않을 전망" 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상품별 차별화가 진행되므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분양받을 때부터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고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 입주 시점은 강남.송파권에서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이들 수요가 뒷받침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들 오피스텔.주상복합이 원룸형태가 많아 가족단위의 이주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겠지만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지에서 밀리는 수요는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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