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주 “USA서 빼달라” 왜, 오바마 재선 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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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선 지난 10일(현지시간) 부인이 남편을 향해 고의로 차를 돌진해 중상을 입히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집 주차장 부근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인 홀리 솔로몬(28)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 대니얼 솔로몬이 지난 6일 대통령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해 화가 나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홀리는 이번 대선 결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해 절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자에서 ‘대통령선거 이후’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동성결혼 합법화와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좌절 이야기가 소개됐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10대 딸 둘을 키우는 한 백인 여성은 “우리 가정의 뿌리는 하나님”이라며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소설)도 읽지 못하게 하는데 이 나라는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의 결혼을 허락하는 나라가 됐다”고 낙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출구조사 결과 오바마의 표 중 34%는 백인 여성, 24%는 백인 남성들로부터 나왔다”며 “오바마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낙담과 좌절을 치유하는 정책을 펴 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 미 대선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미국은 지금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박탈감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백악관의 민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 홈페이지에는 “미 연방에서 우리 주를 독립시켜달라”는 인터넷 청원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12일 현재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진 곳은 텍사스를 비롯해 루이지애나·몬태나 등 18개 주에 달한다. 오바마가 승리한 뉴욕주와 뉴저지 등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남부지역 주들이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도 존속을 요구하며 남부연합을 결성하는 등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청원서에는 생명과 자유·행복의 추구라는 권리를 위해 정부가 조직돼야 한다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의 취지를 강조했으며,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지지 서명을 했다. 텍사스에서 올린 청원의 경우 “평화적으로 연방정부에서 텍사스를 분리시켜달라. 텍사스만으로 새 정부를 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첫 글이 백악관 사이트에 오른 지 5일 만에 서명자가 3만 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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