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스타 욕하면 가출소녀 안돌아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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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경아(18.광주시 광산구 소촌동.사진) 양은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짬을 내 인기 가수의 숙소 주변이나 공연장 등을 찾아 다닌다. 가출한 극성팬들을 설득해 귀가시키기 위해서다.

광주 보문고 2학년이던 1999년 백혈병에 걸린 친구로부터 "C그룹에 대한 소설을 써달라" 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C그룹 숙소 앞에 갔다가, 집을 나온 같은 또래 여학생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한 일이다.

지금까지 귀가시킨 가출소녀는 10여명.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엔 광주뿐 아니라 서울.부산.군산 등지의 부모들로부터도 "아이를 찾아달라" 는 부탁을 받고 있다.

가출소녀를 귀가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李양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과 부모 양쪽으로부터 원망을 들을 때도 많다" 고 말했다.

어렵게 설득해 집으로 데려다 준 10여명 중 절반쯤은 다시 집을 나갔다. 지난 2월에는 가출소녀가 파출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가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러나 상습가출 학생이었던 崔모(14) 양으로부터 지난달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은 안하고 내 고집만 피웠다. 앞으로 부모님과 갈등이 생겨도 참아보겠다" 는 편지를 받는 등 보람도 적지 않다.

자신도 한 댄스그룹의 팬인 李양은 내년쯤 스타를 좇아 가출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인터넷 소설로 쓸 계획이다.

李양은 "부모님이 연예인 브로마이드를 찢어버리거나 스타의 욕을 하는 경우 학생들은 충격을 받는다" 며 "팬클럽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는 만큼 부모들의 이해심이 최고의 가출방지책"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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