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부근 생태계 크게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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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을 연결하는 동해선 도로.철도 공사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민통선 지역 생태계를 크게 훼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이 공사를 한 것은 문제라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6일 "동해선 환경.생태공동조사단의 일원으로 지난달 28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DMZ 통문 구간을 조사한 결과 도로건설로 인해 민통선 생태계가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일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북서쪽의 안호저수지 주변 지역의 습지와 산림의 경우 10m 폭으로 깊이 1m 가량 넓게 파헤쳐지고 다져져 도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전했다.

지난달 개통된 임시도로와는 별도로 국도 7호선과 연결될 예정인 이 구간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과거 논이었던 곳이 습지로 바뀐 독특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전망대 북쪽 해안도 수백평이 평평하게 다져져 있다고 녹색연합은 덧붙였다.

동해선 철도가 통일전망대 동쪽 통전터널을 거쳐 북으로 연결될 예정된 이곳은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해안사구(砂丘.모래언덕)이지만 지난해 9월 임시도로 착공식을 개최하면서 훼손됐다.

한편 철도청은 동해선 철도공사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강원도 고성군 지역주민들에게 지난달 20일부터 공개하고 있으며 설명회도 한 차례 개최했다. 하지만 평가서 보완작업과 관계부처 협의가 남아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환경부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만든 것은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어서 사전공사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조사 완료 전에 평가서 초안부터 내놓은 것은 남북이 합의한 공사 시한에 쫓겨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혀 절차상 문제점을 시인했다.

또 동해선 철도.도로의 구체적인 노선 결정과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교통부.철도청 조사단도 진통을 겪고 있다.

조사단에서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의견서를 통해 공사구간에 위치한 습지와 북한 쪽 DMZ에 위치한 석호(潟湖.해안 호수)인 감호를 보전하기 위해 도로를 우회시키거나 교량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건교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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