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라질서 연 15만 대 생산 … “글로벌 네트워크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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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현대자동차 브라질공장 준공식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미셸 테메르 브라질 부통령, 제라우드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 페르난두 피멘테우 상공부 장관(왼쪽부터) 등 현지 인사들이 참석해 공장 준공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첫 지구 남반구 공장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파리시카바시에 연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2년간 7억 달러(약 7600억원)를 투자한 139만㎡(약 42만 평) 부지 위에 지은 이 공장에서는 브라질 전용 소형차인 해치백 스타일의 ‘HB2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HB20X’, 그리고 세단(차명 미정)을 생산한다.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74)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라질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으로 공장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브라질 자동차 산업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에 공장을 세운 건 워낙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브라질은 지난 10년간 판매량이 연평균 15%가량 성장하면서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이 됐다. 현대차는 이런 브라질에 그간 수출을 해왔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였다. 브라질은 수입차에 40%가량의 세금(관세 35% 등)을 물린다. 그 때문에 국내에선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아반떼가 브라질에선 4300만원가량으로 값이 뛰었다. 그러던 브라질에서 직접 생산을 함으로써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 때문인지 신규 출시한 HB20은 브라질 최대 경제도시 상파울루의 현대차 전시장 한 곳에서만 한 달 동안 650대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앙일보 11월 10일자 10면)

 브라질에서는 현재 미국 GM이 연 105만 대, 독일 폴크스바겐은 91만 대, 미국 포드는 45만 대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을 아르헨티나 같은 주변국으로의 공급 기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브라질 공장 완공으로 미국 60만 대, 중국 144만 대, 인도 60만 대 등 연간 총 369만 대를 생산하는 해외 거점을 구축하게 됐다. 국내 생산 물량까지 합치면 연 719만8000대 규모다. 특정 지역에 파업이나 재해 같은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생산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현대차 측은 “브라질 공장이 가동함으로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완성했다”고 표현했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해외 투자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몽구 회장은 준공식 후 추가 해외 투자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보고 투자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장은 해외 투자 계획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는 만큼 일단은 해외 공장 추가 건설을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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