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 백화점등 '날씨 마케팅'으로 매출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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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폭설과 긴 가뭄, 국지성 기습호우를 동반한 장마, 지루했던 열대야 등 기상이변이 유난히 많았던 올해, 날씨변화를 마케팅에 많이 활용한 업체들이 큰 재미를 봤다.

제조.유통업계는 생산.판매량을 조절해 불필요한 재고를 덜면서 매출을 늘렸고, 건설업체들은 공기를 조절해 비용을 줄였다. '날씨 마케팅' 의 가장 큰 효과를 본 업종은 날씨의 맑음.흐림이나 기온의 고저에 따라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의점.백화점.패션업종.

보광훼미리마트(http://www.familymart.co.kr)는 지난 6, 7월 여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여기에는 2년여간 1백50억원을 투자해 지난 3월 날씨변화를 감안한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을 도입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

이 회사의 7백70여개 점포들은 각각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날씨정보를 받아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시락.김밥.아이스크림.음료 등 매일 배달하는 물건의 발주량을 10~15% 가량 줄였다. 이에 따라 제품의 평균 재고일수를 15일에서 10일로 줄여 물류비도 절감했다.

화승(http://www.lecaf.co.kr)은 지난해 가을 준비한 겨울 파커를 '땡처리' 에 거의 내놓지 않고 90% 이상을 제값 받고 팔았다.

지난 겨울이 2월까지 늦게 지속된다는 날씨정보에 따라 겨울이 갈 때까지 덤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3만5천점을 생산할 계획인 이 회사는 올해도 겨울이 일찍 온다는 6개월 예보에 따라 늦가을 초기 공급물량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http://www.e-hyundai.com)은 지난 7월 여름 정기 바겐세일에서 날씨정보를 믿고 다른 곳보다 닷새 앞선 1일 세일을 시작해 21%(서울 기준)의 높은 매출신장률을 거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달치 일별 예보와 3시간 간격의 포인트 예보를 참조해 세일 첫 주말에 비가 오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모험을 했다" 고 말했다.

라면업계도 올 여름이 더울 것으로 보고 비빔면.냉면 등 계절면 출하량을 늘려 지난해보다 15~30%의 매출신장을 이뤘다.

빙과.청량음료.맥주 등 식품류와 에어컨.선풍기 등 여름가전 업체들도 날씨정보를 갖고 7월 한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0% 가량 늘었다. 대림산업은 연초 도입한 맞춤형 기상정보시스템을 공사현장에 보내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마기간을 예측해 불필요한 장비.인력 동원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재해를 미리 예방하는 효과가 컸다" 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도 날씨정보를 활용해 절감하는 비용을 연간 6억5천만원으로 추산했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http://www.kweather.co.kr)의 김동식 사장은 "올해 날씨마케팅을 도입한 업체가 15% 가량 늘었다" 면서 "대부분 10% 가량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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