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어터 '369릴레이' 이색공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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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지 2년이 된 유시어터의 강남시대는 결코 평탄 한 게 아니었다.

주변에 먹고 마실 곳이 즐비해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막상 극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비의 거리' 에 문화의 꽃을 피우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곳의 일꾼들에게는 꿈이 있다. 대표 유인촌과 단원 40여명은 언젠가는 박토에서 '연극의 꽃' 이 피리라는 희망 속에서 부지런히 연극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369릴레이' 라는 이색 기획공연을 앞세워 관객몰이에 나선다. 상임 연출가 조광화(36) 와 문삼화(34) .김관(29) 의 작품이 14~26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첫날 오후 3시.6시.9시에 조광화-김관-문삼화의 순으로 공연하면, 다음날엔 문삼화-조광화-김관의 작품이 이어진다. '369' 는 공연시간에서 따왔다.

30대 연출.극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조광화의 신작은 '생존도시-박쥐' 다.

연출은 조씨가 전담했으나 극작은 출연자들과 집단창작했다. 조씨는 "어떤 상황을 제기한 다음 배우들의 즉흥적인 반응을 모아 이야기를 꾸미고 연기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구성했다" 고 밝혔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박상륭의 소설 '7일과 꿰미' 를 모티브로 삼아 '생존의 고단함' 을 그렸다. "형식은 멜로와 무협.SF.액션 등이 어우러진 잡탕" 이라며 조씨는 껄껄 웃었다. 출세작 '남자충동' 등에서 보여준 조씨 특유의 광기(狂氣) 가 엿보인다. 양동재.김미란 등 출연.

김관의 '에쿠우스-절망 속에 잠들다' 는 피터 쉐퍼의 '에쿠우스' 에서 영감을 받아 각색하던 중 아예 김씨가 재창작했다.

김씨는 지난해 해롤드 핀터의 '덤 웨이터' 를 '킬러스' 란 제목으로 각색.연출하면서 데뷔한 신예다. "우리 아버지가 봐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연극을 만들겠다" 는 게 그의 목표다. 이번 작품은 악령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구원과정을 그렸다.

이광렬.박희은 등 출연. 홍일점인 문삼화는 이번 '게팅 아웃!' 이 연출 데뷔작이다.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 조.김씨와 달리 서울여대와 미국 노던 아이오와대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연극적 특성을 살려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겠다" 고 소감을 밝혔다.

'게팅 아웃!' 은 '굿 나잇 마더' 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마샤 노먼의 처녀작(1973년) 으로, 문씨가 직접 번역했다.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는 등 상처투성이인 여인 앨린의 파란만장한 인생항로를 다뤘다.

이승신.한영수 등 출연. 02-344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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