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마해영, 결승타의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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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프로 7년차, 이제 야구 보는 눈이 달라졌다.

마해영(31.삼성)이 '결승타의 사나이' 로 거듭나고 있다. 마선수는 정규시즌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이 거둔 62승 가운데 4분의 1에 가까운 15개의 결승 타점을 올렸다. 팀내 최다 결승 타점이다.

또 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은 3할에 0.001이 모자란 0.299로 이 역시 팀내 최고 타율이다. 두드러지고 화려하진 않지만 팀이 꼭 필요할 때 한방을 터뜨리는 클러치 히터의 면모가 엿보인다.

올해 초 롯데에서 트레이드돼 삼성의 4번 타자로 시즌을 개막했을 때만 해도 마선수에겐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롯데에서 줄곧 맡아오던 1루수 자리를 이승엽이 꿰차고 있어 어렵게 새로 훈련한 좌익수 수비는 엉거주춤했다.

"동네 야구를 보는 것 같다" 는 비아냥에 타격마저 흔들렸고 자신만의 넓은 스탠스를 좁히는 실험은 더욱 타격 밸런스를 흩뜨려 놓았다.

공.수 어느 것 하나 기대에 못미치며 타순도 6번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조급함이 문제였다. 새로 온 팀에서 그것도 '코끼리' 김응룡 감독 앞에서 뭔가 뚜렷한 활약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 탓이었다.

후반기 들며 본래의 타격 자세로 복귀하며 기본을 닦았다.

스탠스의 폭이 보통 타자들보다 한족장 이상 넓은 특유의 오픈 스탠스로 돌아가자 방망이도 여유있게 돌아갔다. 변화구 대처력이 떨어진다는 주위의 지적에도 큰 키와 힘을 그대로 믿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최근 4경기에서 두번의 결승타를 날리며 1999년 타격왕에 오를 때의 타격감을 되살렸다.

"선수협 부회장까지 지냈는데 올 시즌에 못하면 후배들에게 체면이 안서죠. 근데 이젠 그런 욕심마저 없앴습니다. 팀이 우승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죠. "

마해영의 말 속에 의연함이 잔뜩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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