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만원 vs 5700만원 … 현대차 사내하청 연봉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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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노조가 공개적으로 ‘연봉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던 현대차 비정규직 의 급여 규모와 항목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먼저 공세의 포문을 연 쪽은 사내하청노조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10년차 하청근로자의 연봉은 3900만원 정도”라며 “같은 연차 정규직 근로자 연봉의 65% 수준 ”이라고 주장했다. 월 기본금과 상여금 이외에 매일 2시간씩 추가로 일해 받는 잔업수당을 합해도 매월 손에 쥐는 돈은 242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자 현대차 사측이 반론에 나섰다. 사측은 7일 귀향비와 선물비, 휴가비, 연월차 수당, 특별근무 수당, 상품권 구입비 등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차 측은 “10년차 하청근로자의 연봉은 5700만원에 이른다”며 “사회적 약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임금을 낮춘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간 공방전을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 실태가 공개되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간 수입이 최저 3900만원, 많게는 6000만원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귀족 비정규직’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한 하청업체 간부는 “일종의 비정규직인데도 웬만한 기업의 정규직 못지않게 연봉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구·부산의 구직자들까지 하청근로자가 되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회사가 주장하는 연봉은 특근 등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임금산정에 포함한 경우”라며 “통상적으로 연봉을 말할 때에는 이런 부분은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맞서고 있다.

울산=김윤호 기자

◆사내하청=하청업체 소속이지만 근무는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근로계약은 하청업체와 체결한 상태여서 비정규직인 파견사원과 비슷한 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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