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관공서 서울엔 2곳 부산엔 4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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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을 방문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부산에 들르는 게 불문율로 돼 있다. 서울에서의 일정보다 부산 일정이 더 긴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달 하순 부산을 찾은 마리 엘카 팡에스투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올 들어 20여 명의 장·차관급 관리가 부산을 다녀갔다. 니골라스 담멘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도 거의 매주 부산을 찾는다. 5일에는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의 감사원 공무원들이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부산에는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들이 서울보다 많다. 인도네시아 영사관, 관광청 한국사무소, 인력부(노동부) 한국사무소, 상공부 무역진흥센터 등 관공서 4곳이 부산에 있다. 서울에는 대사관과 관광청 서울사무소뿐이다. 상공부 무역진흥센터는 인도네시아 상공부 산하기관인 국가수출개발처(NAFED)의 해외지부다. 한·인도네시아 두 나라간 교역 증진과 기업 진출, 수출 마케팅, 한국 시장정보 분석, 무역상담 등의 업무를 본다. 국영 항공사인 인도네시아 가루다 항공도 부산에 사무실을 내고 있다.

 부산이 인도네시아에 쏟는 관심도 각별하다. 국내 대학에 있는 인도네시아어과 3곳 가운데 2곳(부산외대, 영산대)이 부산에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부산의 대표산업이었던 신발산업은 1990년대 들어 비싼 인건비와 노동운동을 견디지 못하고 인도네시아로 많이 옮겨갔다. 이 무렵 태광실업, 창신 등 부산의 큰 신발업체들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었다. 파크랜드 등 부산의 의류업체들도 인도네시아로 진출했다. 이런 기업들에 취업한 현지인들이 본사가 있는 부산을 오가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교류가 활발해진 것이다.

 부산에 친근감을 느낀 인도네시아인들이 부산으로 건너와 취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인 3만8000명의 약 40%인 1만5000명이 부산권에 거주한다. 주로 부산과 주변 도시의 기업체에서 산업인력으로 근무하지만 자영업과 관광,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

 주 동티모르 대사를 역임한 김수일(59) 부산 인도네시아센터 이사장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수도권보다 부산과 교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돤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부산이 국제도시로서 위상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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