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9년연속 세자릿수 안타 프로 첫 '금자탑'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잠실 기아 - LG전.

LG가 5 - 6으로 뒤진 8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양준혁(LG)이 타석에 들어섰다. 동점 또는 역전의 찬스였다. 가뜩이나 넓은 양준혁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성영재(기아)의 초구가 양준혁의 몸쪽으로 바짝 붙었고 기다렸다는 듯 양준혁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경쾌한 타구음이 아니었다. 순간 기아 벤치에서 쾌재를 불렀다. 1루 쪽으로 굴러가는 땅볼로 강한 타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코스가 절묘했다. 움직임이 느린 기아 1루수 이동수가 어색한 스텝으로 타구를 처리하려다 글러브를 맞고 파울라인 바깥으로 굴렀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내야 안타였다.

이 행운의 안타가 갖는 의미는 컸다. LG는 기세가 살아났고 기아는 맥이 빠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LG는 양준혁의 타구로 동점을 만든 뒤 8회말에 무려 13점을 뽑아내 기아를 침몰시켰다. 또 LG로서는 3만5백명 만원 관중 앞에서 2연승을 거두고 6위로 올라서며 5위 기아를 0.5게임 차이로 추격하게 된 한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준혁의 시즌 1백호째 안타였다. 1993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꾸준히 1백 안타 이상을 때려 프로 최초로 9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하게 된 기념비적인 안타였다.

지난해까지 김형석(은퇴).홍현우(LG.92~99년)와 함께 8년 연속 1백 안타 이상을 기록했던 양준혁은 이제는 홀로 신천지에 섰다.

양준혁은 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연속 시즌 3할 이상의 타율도 무난히 이어가 9년 연속 3할 이상을 때리는 최초의 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가 가보지 못한 땅이 있다. 한국시리즈 정상이다. 게다가 찬스에 약한 타자라는 비아냥도 따라다닌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와 클러치 히터로 인정받는 것' .

최고 타자가 되기 위해 그가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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