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MBC '큐브'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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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움직이는 큐브 속 생존게임

큐브 MBC 밤 11시10분= 가로·세로·높이에 각각 26개의 방,즉 26x 26x 26=1만7천5백76개로 이루어진 초대형 정육면체(큐브)안의 한 방에 여섯 명의 사람이 갇힌다.여섯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 밖으로 나오는 입구를 찾아야 한다.

육면체 수가 27개인 루빅스큐브는 말 그대로 장난감이지만,이것이 1만7천5백76개로 늘어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하물며 큐브의 위치가 시시각각 바뀌고 칼화살·유독가스가 공격하는 데야.

갇힌 사람들은 의사(할러웨이)·수학 천재(레븐)·경찰(퀜틴)·건축가(워스)·탈옥수(렌)·바보(카잔)등 다양하다.영화 시작 후 15분쯤 지나면 이들의 특징이 큐브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어떤 ‘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천재 소녀 레븐이 방마다 붙어 있는 일련 번호를 보고 그 방이 안전한 지를 판단하면,긴 끈이 달린 장화를 던져 살상 무기가 없는 지를 시험하는 식으로 이동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는 한 사람만 남고 모두 죽는다.재미나게도 이들은 물과 식량이 없어 죽는 것이 아니다.초반에 유독가스로 얼굴이 썩어서 죽는 렌을 제외한 나머지는 탐욕스런 퀜틴 때문에 서로 싸우다 죽는다.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이 교도소 명칭을 따서 붙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퀜틴은 캘리포니아,레븐과 워스는 캔사스,할러웨이는 영국,카잔은 러시아의 교도소다.

우리 돈으로 2억4천만원 가량 들인 이 저예산영화로 캐나다 감독 빈센조 나탈리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1997년작.원제 Cube.★★★☆(만점 ★5개)

기선민 기자<murphy@joongang.co.kr>

*** 성자가 환생한 당나귀

당나귀 발타자르(EBS 밤 10시10분)=‘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등으로 프랑스 영화계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잡았던 로베르 브레송의 작품이다.천진한 아이들과 함께 뛰놀던 시절부터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고난의 세월까지 주인이 바뀜에 따라 발타자르라는 당나귀가 겪는 삶의 변화를 강렬한 화면으로 그렸다.

농장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발타자르.이 당나귀는 잔인하게 살해되는 여성,그녀의 애인이자 늘상 매질하는 남자,빵집 주인 등 이곳 저곳으로 팔려다니며 길 안내를 했다가 서커스단에 팔려가기도 하고 쟁기를 끌기도 한다.삶의 막바지에 만난 사람은 방앗간 주인.그는 발타자르를 성자가 환생한 것으로 여겨 극진히 대한다.

1966년작.원제 Au Hasard Balthazar.★★★★

*** 살인 현장을 목격하지만…

무언의 목격자(KBS2 밤 10시35분)=말을 하지 못하는 분장사 빌리(마리아 주디나)는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러시아 스태프 두 명이 스너프 필름(실제로 섹스나 살인을 하며 촬영하는 영화)을 촬영하는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한다.이들의 배후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있었다.

그녀가 훔쳐본 사실을 눈치챈 이들은 그녀의 뒤를 쫓고,빌리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감쪽같이 범죄의 흔적이 지워진 상태였다.우연이 많고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게 단점이다.카메오로 출연한 ‘닥터 지바고’‘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명우 알렉 기네스를 보는 것이 보너스다.

앤토니 월러 감독.1995년작.원제 Mute Wi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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