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제 개편…"일률규제 불합리" 비판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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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과 정부가 9일 정책협의회에서 30대 그룹 지정 제도를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제도는 30대 그룹 중 한곳이 쓰러지면 31번째 기업이 자동으로 30대 그룹에 포함돼 각종 규제를 받게 되는 방식이어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구나 30대 그룹간에도 차이가 커 단순히 30위권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었다.

자산총액 1위인 삼성의 자산 규모가 30위인 고합의 약 30배에 이른다. 5대 그룹의 자산총액(2백32조원)이 나머지 30대 그룹의 자산을 합친 것(1백78조원)보다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선 "30대 그룹 지정 제도 자체를 없애기 어렵다면 5대 그룹이나 10대 그룹만 규제하는 것이 옳다" 고 주장해왔다.

◇ 개편 과정과 배경〓지난 8일 열린 당정협의에선 현행 30대 그룹 지정 제도가 기업 현실에 맞지 않다는 데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30대 그룹 지정 제도의 골간을 흔들면 재벌개혁을 해온 정부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너무 '작위적' 으로 규제 기업을 선정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1~30대 그룹 지정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1987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한동안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만 적용했다" 며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 자산도 늘어나게 마련이어서 자산 기준에 맞추다 보면 기준을 점차 높여가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고 말했다.

◇ 자산기준 얼마로 할까〓현행 30대 그룹 중 덩치가 가장 작은 고합의 자산총액은 2조5천억원이고, 영풍.현대백화점.동양화학.대우전자.태광산업 등도 3조원을 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방향이 잡힌 이상 자산 총액 기준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기준은 고합의 자산 총액보다 높아지겠지만, 대폭 높이는 것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기준이 10조원 정도로 정해지면 10대 그룹만 규제의 그물망에 걸리는 데, 이 경우 대기업 정책의 골간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자산기준을 3조원으로 잡을 경우 규제대상 기업은 25개로, 5조원으로 정하면 17개 정도로 줄어든다.

경제 부처에선 새로 정해질 대기업 규제 기준이 자산 총액 3조~5조원이 되리란 관측이 많은 편이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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