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명예회복의 기회를 달라'

중앙일보

입력

"내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달라!"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패배를 맛봤던 세계선수권자들이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잇단 불참 선언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새고 있다.

5일(한국시간) 시작된 여자 7종 경기 예선에서는 전날까지 출전 의사를 밝혔던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데니스 루이스(영국)가 복통을 이유로 갑자기 출전을 포기해 99년 대회 챔피언 유니스 바버(프랑스)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바버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초반 선두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부상으로 중간에 경기를 포기, 루이스에게 금메달을 양보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설욕을 꿈꾸고 있었다.

자존심 회복의 기회를 놓친 것은 바버뿐만이 아니다.

97년 이후 1,500m에서 28연승을 달리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노아 은게니(케냐)라는 복병을 만나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쳤던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도 복수 상대를 잃은 불운(?)의 주인공.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게루즈는 은게니가 대표팀 소집 불응으로 대회 직전 대표팀에서 제외됨에 따라 불꽃 튀는 승부 대신 싱겁운 승부로 타이틀을 지킬 전망이다.

남자 800m의 앙드레 부셰(스위스)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즌 최고기록을 유지해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시드니올림픽에서 5위로 부진해 자존심을 구겼던 부셰는 올해도 시즌 최고기록을 연달아 세우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라이벌들의 잇단 불참으로 진정한 명예회복은 물 건너 갔다.

올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실내선수권대회 우승자 유리 보르자코브스키(러시아)가 대회 직전 자진해서 대표팀에서 탈퇴했고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닐스슈만(독일)도 잔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

여기에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빛나는 윌슨 킵케터(덴마크)마저 부상으로 기권해 부셰로서는 그야말로 싱거운 승부를 펼쳐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불참을 가장 아쉽게 여기는 이들은 최고의 승부를 기대했던 팬들이 아닐까한다.(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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