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모은 돈, 더 힘든 이들 통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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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순자

1975년 부부는 방 두 칸 집을 얻었다. 보증금 없이 한 달 1500원의 사글세였다. 아내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하다. 방 한 칸에 재봉틀을 놓고 옷을 고쳤다. 남편은 영양실조로 앞을 보지 못한다. 또 다른 방에서 침을 놓았다. 돈이 500원 넘게 모일 때마다 은행에 가져갔다. 생활비는 500원 아래 자투리 동전으로만 썼다. 함께 산 지 5년 만에 슬레이트 지붕의 작은 집을 샀다. 돈이 모일수록 집은 커졌고, 부부는 지금 대전 대전로에 6층짜리 건물을 가지고 있다.

 30일 저축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순자(59)씨와 남편 정철우(62)씨의 얘기다. 부부는 둘만 잘살려 저축하지 않았다. 형편이 피기 시작하면서 가난한 장애인에게 통장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2만5000원이 입금된 통장이었다. 김씨는 “저축을 해야 미래가 있다. 생계비 지원을 받으면 10%라도 모아야 한다”고 권했다. 모두 337명의 장애인이 통장 선물을 받았다. 김씨는 장애인 4200여 명에게 옷 선물을 하기도 했다. 침 손님들로부터 괜찮은 옷을 얻어다 장애인들 몸에 맞게 수선해 준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신 분”이라고 부부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고물상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운 김종원(72)씨 ▶농촌 지역민들에게 저축을 권유해 온 이순기(48)씨 ▶과일가게를 하며 홀로 세 자녀를 키운 신경숙(57)씨 등이 국민포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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