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적신호, 주력산업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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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적신호(赤信號)가 잇따라 켜지고 있다.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투자는 바닥인데 삼성전자.포항제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찜통더위 속에 비관론이 먹구름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에서 어제 연재가 끝난 본지의 '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시리즈는 하나의 돌파구로 되새길 만하다.

지난 5월부터 10주간에 걸쳐 진행된 이 시리즈가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바닥났다는 점과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맞아 새롭게 먹고 살 산업을 빨리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라는 외부적인 요인보다 우리 내부의 경쟁력 약화가 더욱 큰 문제며, 대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바 있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 문제는 이제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한국 제품이 1994년 5백55개에서 99년 4백82개로 줄어들었으며, 10대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D램은 세계 1위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역시 세계 1위라는 조선도 유조선 등 값싼 선박에 치중한 양적(量的) 우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전반적으로 물건을 빨리 값싸게 만드는 능력은 뛰어나나 기초기술이나 핵심부품의 설계.개발, 마케팅능력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이 이 시리즈에 담겨 있다.

이런 취약성은 해외 경기가 나빠지자 급격한 수지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3% 줄어들고, 포철의 상반기 순익은 73%나 감소했다는 발표가 한국 경제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가 대안으로 제시한 새로운 10대 주력산업은 반도체.자동차.조선.섬유.정밀부품 등 5대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디지털가전.전자상거래.콘텐츠.바이오 등 5대 신흥 산업군이었다. 전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번 돈으로 신흥산업을 키우면서 활로를 열어가자는 개념을 담아 산업별 육성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런 지적이나 대안 제시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서도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문제는 실천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새로운 주력산업에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이 핵심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최근 기업들의 투자위축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7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상반기 실적악화로 하반기에는 아예 복지부동(伏地不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희망이 없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불황 때 투자하라' 는 가르침은 여전하다.

우리 경제가 고통스럽게 집착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목표는 결국 경쟁력을 높여 반도체처럼 새로운 주력산업을 찾아내는 '선택과 집중' 이 아니던가. 기업의 투자의욕과 능력을 되살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신차리고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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