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로 증권사도 감량경영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증시 침체로 거래량이 뚝 떨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감원.지점 통폐합 등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가 올들어 신규인력 채용을 동결했고 급여 인상과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대형증권사 중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가장 강력히 추진 중인 곳은 현대증권.

현대증권은 최근 전체 임원의 30%인 13명을 해임한데 이어 이달말까지 희망퇴직자 2백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는 지난 12~20일 희망퇴직자를 모집했고, 이들에게 퇴직금 이외에 근무연수에 따라 4~14개월치의 희망퇴직금을 추가 지급한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추가인력 충원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올해 연봉인상을 동결했다.

종전에는 8명 가량이 1개 지점을 운영했지만 요즘은 5명이 운영하는 지점이 많아졌다. 또 영업부문 이외에는 접대비를 대폭 삭감했다. 이와 함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지점을 통폐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소 3개소를 지난달 폐쇄했고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 르네상스지점을 대치동지점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사이버 매매 붐을 타고 증권사들이 잇따라 설립했던 사이버지점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사이버지점 2개소를 폐쇄한데 이어 조만간 2개소를 추가로 닫을 계획이다.

증권영업에 필수적인 광고를 중단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대신증권은 매달 5억원 가량 들어갔던 TV광고를 다음달부터 전면 중단한다.

또 세종증권은 당초 올해 책정했던 광고비의 절반가량만 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빛증권은 지난 1분기 1백86억원의 순이익을 내자 올들어 중단했던 광고를 지난해 수준(60억원)으로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최근 장세가 어려워지자 이를 포기했다.

전산부문 투자도 많이 줄이고 있다. 세종증권은 전산부문에서 핵심 일부만 자체 운영할 뿐 상당부분을 외주(아웃소싱)로 해결하고 있고 전산투자 비용도 40% 가량 줄일 방침이다.

굿모닝증권도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9억원 가량을 전산부문에 할애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초긴축 경영에 나선 것은 전체 수익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매매수수료가 거래량 급감 탓에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조병문 수석연구원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 주식거래대금이 3조원대를 넘어야 증권사들이 순이익을 낼 수 있다" 며 "최근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2조5천억원 선으로 떨어짐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가 하반기 들어 적자를 보고 있다" 고 전망했다.

이희성.하재식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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