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위협받는 스턴트맨과 조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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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까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파이널 환타지'가 개봉되면서 드디어 가상 배우의 시대가 오는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해리슨 포드나 줄리아 로버츠 같은 스타급 배우들까지 가짜로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설령 가능하다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스턴트맨이나 엑스트라 급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모든 일이 그렇듯 밑에서 허드렛일로 고생하는 사람 몫부터 없어지기 십상이니까. 사실 디지털 스턴트맨들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사람이 행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일들부터 출발했다.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진주만'에는 디지털 사람이 많았다. 전함의 포탑에서 폭격기에 맞서 기관총을 발사하다 폭발했던 군인들은 모두 가짜였다. '퍼펙트 스톰'에서 폭풍에 휘말린 배의 마스트에 서 있었던 조지 클루니도 스턴트맨이 대역을 한 게 아니라 디지털 이미지 였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에선 가짜 엑스트라들을 쓰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의 갑판에서 이리 저리 뒹굴던 사람들도 '글라디에이터'의 경기장에서 열광하던 군중도 모두 가짜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당장은 모든 장면을 디지털 스턴트맨과 엑스트라를 써서 찍는 일은 없을 것ㅇ이다. 이유는 우습게도 돈 때문이다.

엑스트라들은 대개 하루 촬영에 1백 달러라는 헐값에 고용된다. 반면 '글라디에이터' 촬영에 든 1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에는 콜로세움의 디지털 이미지가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아직까지는 진짜 사람을 쓰는 게 가짜를 쓰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필요한 프로그래머 등의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이는 머지않아 엑스트라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스타를 꿈꾸며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는 전통 마저 디지털 배우들 탓에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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