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충·효·예 교육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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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 대전시 동구 가양1동 새마을금고 2층 매봉 충효예(忠孝禮) 교실.

30도를 넘는 삼복더위에 두대의 선풍기는 있으니마나,가만히 앉아 있는 데도 연신 땀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훈장 선생님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사자소학(四字小學) 을 낭독하자,1백여 어린이들이 우렁찬 소리로 복창한다.

“인륜지중(人倫之中) 에 부자유친(父子有親) 하며,군신유의(君臣有義) 하고,부부유별(夫婦有別) 이라...”

이곳에서는 유도회(儒道會) 대전 동구지부 회장 전재식(田在植 ·63) 씨가 14년째 무료로 어린이와 부녀자들에게 한문 ·서예 ·전통예절등을 가르치고 있다.

田씨는 “충효예 교실을 거쳐간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한자 실력도 뛰어나 대전시내 일부 기업체에서는 면접시험 때 가점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특히 방학기간 중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대전소년원 ·예비군교육장 등에서도 수시로 한자 강의를 하는 그는 그러나 “한자 실력 등을 제대로 갖춘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가 지난 1988년부터 매년 여름 ·겨울방학 때 초 ·중학생과 부녀등을 중심으로 운영중인 충 ·효 ·예 교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올해 여름방학 교실(총 1백6개반) 의 수강생수는 4천여명에 달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충청도 양반의 전통을 현대에 계승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충효예 교실의 수강생수가 ‘첨단 디지탈 시대로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 달리 오히려 매년 10% 정도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봉충효예 교실 반장 김동섭(金東燮 ·11 ·대전 흥룡초등4) 군은 “엄마의 권유로 3년째 수강하고 있다”며 “한자를 배워 신문을 볼 수 있고 새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이곳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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