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가 생존가능성 놓고 치열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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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증시의 눈은 하이닉스에 쏠렸다.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하한가 부근인 1천40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널뛰기 끝에 주가는 전일 대비 10.46% 오른 1천3백20원으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무려 2억7천만주로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최근 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하자 외국 증권사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하이닉스 문제는 하반기 증시의 최대 현안" 이라며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놓고 낙관적으로 보는 국내 개인투자가들과 비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고 말했다.

◇ 고개 드는 비관론=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워터는 반도체 값이 70% 이상 오르지 않는 한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고 22일 주장했다.

반도체 시장의 악화와 하이닉스의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10조원을 웃도는 부채는 이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메릴린치 증권도 23일 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하이닉스의 손실이 올해 2조9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A증권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해외주식예탁증서(GDR)발행에 성공했지만 보유 현금이 6천6백억원이고 연말까지 영업에서 6천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 이라며 "그러나 3~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9천4백억이고 이자비용이 5천억원 정도로 추정돼 결국 2천억원 정도가 부족한 셈" 이라고 추정했다.

◇ 쉽지 않은 출자전환=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 원주로 전환되지 않은 GDR이 3억주 가량 남아 있어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어질 것" 이라며 "정부나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살리려면 출자전환 후 감자 밖에 없다" 고 말했다.

대우증권 전부장은 "출자전환에 앞서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1조~2조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긴급 지원해 ''하이닉스는 결코 죽이지 않겠다'' 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출자전환 할 경우 ''부실회사에 물려들어 간다'' 는 이유로 금융주가 크게 떨어지고 증시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또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감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전망=SK증권의 전우종팀장은 "정부.채권단의 구체적인 입장이 밝혀져야 주가 방향이 결정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 "시장에 루머가 넘치면서 과민 반응을 하는 것 같다" 며 "9월께 반도체 값이 회복되면 출자전환이나 감자 같은 이야기가 사라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호.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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